몇 해 전, 서울 홍대 거리를 걷다가 지하 라이브 클럽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무심하게 기타를 치던 한 남자를 보았다. 까만 선글라스에 덥수룩한 수염, 풀어헤친 장발에 두건을 쓰고, 마치 자기가 무슨 최민수라도 되는 줄…? 아니, 최민수 형님이었다. 일면식 없어도 어쩐지 형님이라 불러야 적절한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멀리 홍콩에는 주윤발 형님, 노래하는 강산에 전인권 임재범 형님,

그중 최민수 형님은 어린 시절부터 사내의 길을 말 대신 눈빛과 액션으로 가르친 분이다. 나…떨고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어. 넌 내 여자니까! 등등 주옥같은 말씀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때마침 그 날은 최민수 록산 밴드의 클럽 공연이 있었다. 풍문에 따르면 어느 라이브 클럽에서 최민수 밴드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려던 차에, 사운드체크가 잘 안 돼 공연이 지연된 일이 있었다. 그 때 최민수는 마이크를 잡고 밴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운명이다. 가자.” 그렇게 결국 공연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최민수 밴드의 노래는 사실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당시 동행 중이던 여성에게 당장 최민수 공연을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나 역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최민수는 남다른 언행과 스타일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오래전 우리가 열광했던 거친 사내의 모습들이, 시대를 지나며 ‘허세’로 치부되고 조롱당하는 게 어쩐지 슬펐다. 2020년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최민수는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이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집스럽게, 누군가는 허세라고도 부르는 어떤 폼을 평생 유지해온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지’ 가 느껴졌다. 호불호를 떠나, 대체불가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최민수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눈빛과 아우라가 분명 있다.

세상이, 시대가 어떻게 급변하더라도, 최민수 형님은 어딘가에서 바이크를 타고 달리고, 타는 노을을 보며 여러 번 생각해도 뜻 모를 얘기를 무심하게 던졌으면 좋겠다. 어쩐지 변치 않는 것이 있다는 건 안심이 된다. 바람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최민수 원톱 주연으로 강렬하고 거친 중년 액션영화를 만들면 좋겠다. 리암 니슨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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