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중 낯선 유럽 도시에서, 멀리서도 한국 아재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등산복과 등산화를 장착하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오랜만에 만나는 동년배 친구들도 등산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굳이 안 물어도 방수·통풍이 잘 되고 구김도 없고 편안하다며 등산복의 미덕을 늘어놓는다.

그런 반복되는 유혹에도 내가 등산복에 눈길을 안 주는 이유는 나도 그들처럼 등산복에 몸과 영혼을 빼앗겨버릴까 두려워서다. 호기심에 입어볼 순 있으나 입는 순간 벗을 수는 없을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평상복으로, 잠옷으로, 관혼상제 등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도, 심지어 등산할 때도 입게 되며 이 저주는 생활한복이라는 신세계를 접할 때까지 멈출 수 없게 된다.

SNS나 미디어에선 이런 한국 아재를 씹고 뜯고 맛보기 좋은 조롱거리로 애용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조롱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 한국 아재가 아닐까 싶다. 한국 아재들조차 한국 아재들을 조롱하길 즐기는 편이다. 쉽게 삐치고, 웃통을 벗어 던지고, 각자 할 말만 늘어놓는데도 신통하게 소통은 되고, 아는 척할 기회는 안 놓치며 틈틈이 열정을 외치며 단합을 강조하는 등 분명 어딘가서 본 기억이 있는 디테일로 유튜브 콘텐츠 ‘한사랑산악회’는 사랑받고 있다.

핵심은 ‘산악회아저씨들이 부르는 @@@’ 시리즈다. 저스틴 비버의 ‘Peaches’부터 세계 젊은이에게서 사랑받는 팝 음악을, 허세 가득하게 혀를 굴려보지만, 구수하고 어설픈 영어발음과 구성진 바이브레이션, 현란하게 흔드는 엄지손가락, 진하게 풍기는 막걸리 냄새를 담은 ‘ K-아재’ 느낌이 넘친다. 이렇게 커버한 영상들에서 가끔 원곡에서 못 느낀 생소한 감성까지 새롭게 발견한다.

특히, 영어 가사를 지극히 아재답게 해석해 ‘실크소닉’의 감미로운 멜로디에 천금 같은 내 오래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거나, BTS의 ‘butter’에서 그대와 함께 전국 팔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진득하고 순정 어린 사랑 고백을 담을 땐 단순한 커버로 취급하기엔 아깝다.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고 시끌벅적 지나가는 한 무리 아재들이 어느 순간 정겹고 귀엽게까지 보이는 건 ‘한사랑산악회’의 분명한 순기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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