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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34> 작곡가 백영호 음악의 고향

‘히트곡 제조기’로 55년간 100편 대박…이미자와 찰떡콤비

  •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  |   입력 : 2021-10-03 19:19:58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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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신동 출생… 본명은 백영효
- 가족의 음악활동 반대에 가출
- 만주서 학원 다니며 작곡 공부

- 1954년 미도파레코드사 근무
- 여러 작품 발표·다수 가수 발굴
- 특히 동백아가씨·황포돛대 등
- 이미자 위한 노래만 100곡 이상

- 백영호기념관, 부산이 최적지
- 예술가 유품과 발자취 전시를

노래 한 곡이 만들어지려면 우선 작사와 작곡의 멋진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작사가 먼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작곡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이 먼저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작사가는 노랫말에 담긴 의미와 정서를 통해, 작곡가는 리듬이라는 악곡의 절묘한 교직과 변화를 통해 작품성의 최대치를 살려내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것을 적절히 선정된 가수가 마지막 처리를 극대화시켜낸다. 가요 작품의 기본적 세 요소인 작사 작곡 가창은 이처럼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나 흠결이 없어야 하고, 완벽한 조화로 미적 예술적 가치를 드높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 세 가지 요소를 다루는 담당층의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어야만 한 편의 기막힌 절창이란 것을 빚어낼 수 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히트곡으로 등극한 노래가 만들어진 과정을 찬찬히 음미해보면 작사 작곡 가창에서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발견하고 혀를 차며 감동하게 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명콤비였던 가수 이미자(왼쪽)와 백영호의 모습.
■작곡가 백영호의 천재성과 인품

오늘 우리는 그 천재성이란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경지를 유감없이 펼쳤던 작곡가 백영호 선생의 작품과 그 타고난 천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동백아가씨 노래비.
백영호(白映湖·1920~2003)는 부산 서대신동 출생으로 본명은 백영효이다. 모든 인간의 터전이 그러하듯 백영호의 성장 과정과 그 토대는 오로지 부산이었다. 서대신동은 구덕산을 중심으로 승학산 동매산 엄광산 구봉산 등에 둘러싸여 자리 잡은 여러 군데의 마을이다. 그곳을 둘로 나누어 동쪽을 동대신동, 서쪽을 서대신동이라 하였다. 이곳은 바닷가보다는 다소 언덕이어서 해안 쪽의 야트막한 보수산, 용두산을 바라보며 광활한 바다로 이어져 있다. 예로부터 호젓한 주거환경을 즐기는 부산시민들이 주택지로 선호하던 곳이기도 했다. 송도와 암남 지역, 부민동, 남포동, 남항과 북항, 자갈치와 영도, 해운대에 이르기까지 부산항과 그 주변 일대는 백영호 성장기의 요람이자 활동무대였다. 어딜 가나 잊을 수 없는 고향, 기억의 잔상 속에는 항도 부산의 뱃고동소리와 파도소리가 자리를 잡았다. 20대 시절, 가족들은 백영호의 음악 공부를 적극 반대했지만 집을 나가 기타 하나를 메고 떠돌이 체험을 가졌다. 근대사의 혼란기에 백영호는 일찍이 고국을 떠나 방랑의 시절을 거쳤으며 만주의 신징에서 음악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인 작곡 공부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아득한 변경지역인 내몽골자치주 후후호트까지 유랑하며 음악인의 생활을 했다.

고독과 시련의 방랑 속에서도 그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먼 남쪽 고향 앞바다 부산의 풍경과 파도소리가 철썩였다. 어린 시절부터 무수히 겪고 보았던 겨레의 한과 애수, 이별의 애타는 아픔으로 들끓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작곡가 백영호의 음악세계에 무르녹아 들었던 것이다.

1947년 백영호는 부산으로 돌아와 야인초가 차린 코로나레코드사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영세하기 짝이 없는 그곳은 자신의 포부를 펼 수 있는 절대적 공간이 되지 못했다. 이어서 1954년부터 일을 하게 된 곳은 부민동에서 임정수가 문을 열었던 미도파레코드(지구레코드사의 전신)였다. 당시 부산에는 임정수의 미도파와 한복남의 도미도 두 레코드사가 대표적 음반생산기관으로 치열한 경쟁 활동을 펼쳤는데 백영호는 미도파레코드사의 문예부장으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가수를 발굴했다. 미도파레코드사가 비약적 발전을 하게 된 것은 오로지 백영호의 눈부신 활동 덕분이다. 미도파의 업무가 워낙 과중해지자 빅토리레코드란 이름의 계열회사를 차려서 백영호는 그 운영자로 부임했다. 방운아 백설희 박애경 정향 신해성 등이 그 시절 백영호와 함께 일하며 히트곡을 발표했던 가수들이다.

■이미자와 완벽한 콤비였던 백영호

이 시기 백영호 최대의 대표곡은 단연 ‘추억의 소야곡’(남인수 노래)일 것이다. 중증 결핵을 앓고 있던 가수 남인수로 하여금 마이크 앞에서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의 창법으로 녹음을 완성시켰던 백영호의 포부와 의지를 이 작품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대구 오리엔트레코드사 전속가수로 선발은 되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가수 방운아에게 ‘마음의 자유천지’(손로원 작사)를 취입시켜 히트곡을 만든 인물도 백영호였다. 평북에서 내려온 실향민 가수 손인호에게 백영호 작곡의 ‘해운대 엘레지’는 최대의 성공작이었다. 그는 가수의 음색과 창법을 한 번 듣게 되면 그에 맞는 맞춤 곡을 써서 당장 히트곡으로 연결시키는 신비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웬만한 대표곡들이 모두 그러한 과정으로 빚어졌다고 하겠다.

1960년대에는 이제는 전설이 된 노래 ‘동백아가씨’를 비롯하여 ‘황포돛대’, ‘여자의 일생’, ‘울어라 열풍아’, ‘임금님의 첫사랑’, ‘서울이여 안녕’, ‘잊을 수 없는 여인’ 등의 노래를 모두 이미자와 함께 하였다. 이어서 남상규의 노래 ‘추풍령’(남상규)도 크게 히트시켰다. 1970년대에는 ‘비 내리는 명동’(배호), ‘아씨’(이미자), ‘여로’(이미자), ‘동숙의 노래’(문주란)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출시하는 노래마다 히트곡이 되었으니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그를 능가할 작곡가는 아무도 없다.

가장 밀접한 콤비로 활동했던 가수는 단연 이미자이다. 그녀의 노래 중 백영호 작곡으로 발표한 작품은 무려 100곡이 넘는다. 콤비 작사가로는 한산도(본명 한철웅)가 있다. 백영호는 자신의 음악생애 55년 동안 4000여 곡을 발표했고 이 중 크게 히트한 곡만 100편이 넘는다. 유족들이 보관 중인 미발표곡 악보까지 합친다면 5000곡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8월 초순, 부산시청 회의실에서는 문화예술정책과 주관으로 부산이 배출한 자랑스런 작곡가 백영호 선생을 기리고 현양하는 방안을 위한 중요한 협의가 열렸다.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음악전문가, 가요평론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부산이 배출한 보배로운 존재 백영호 선생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높이 평가하고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백영호 선생의 다양한 유품들을 전시하고 활용하는 다각적인 방안이 그날 모색되었다.

한 예술가의 생애에서 고향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모든 작품의 모태는 바로 고향이라는 터전에서 빚어졌고, 고향의 모든 저력이 어머니의 품처럼 그를 길러준 것이다. 그러므로 그 예술가의 유품과 발자취가 전시될 기념관은 반드시 작가의 고향에 설립되어야 마땅하다. 작곡가 백영호 역시 이런 관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런 취지에서 항도 부산은 백영호기념관이 건립되어야 할 최적의 장소이다. 왜냐하면 작곡가 백영호 작품의 모든 뿌리가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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