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작 또는 두번째 장편 9편 소개
- 관객 투표로 플래시 포워드상 선정

	잃어버린 것들을 위한 기도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선보인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한다. 총 9개 작품 중 관객 투표로 ‘플래시 포워드상’을 수여한다.

★6번 칸(유호 쿠오스마넨/필란드·독일·에스토니아·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학업을 마치고 연인과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한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는 무르만스크행 열차에 탑승한다. 6번 칸을 함께 차지한 료하는 보드카에 취해 무례한 발언을 일삼는 러시아 광부로, 두 사람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깨우친다. 서로의 체온으로 외로움을 채우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엘 플라네타(아말리아 울만/스페인)

런던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던 레오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의 고향이자 괴짜 엄마 마리아가 사는 스페인 북서부의 항구도시 히혼으로 돌아온다. 경제 위기 이후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도시에서의 삶은 쉽지 않다. 감독은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안한 모녀의 가볍고 무모한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깃털(오마르 엘 조하이리/프랑스·이집트·네덜란드·그리스)

떠버리 남편이 아들의 생일잔치 도중 마술 상자 안에서 닭으로 변하면서, 평면적인 일상은 모험의 장이 된다. 하지만 보수적이며 차별적인 틀 속에서 부인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삶을 구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시스템은 그녀를 더욱 구속한다.

★프릭스 아웃(가브리엘레 마이네티/이탈리아·벨기에)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이자 다름과 차별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 ‘Freaks’는 다름 아닌 서커스단의 일원인 늑대인간, 곤충 조련사, 인간 다이너모 등이다. 가족처럼 의지하며 순회공연을 하던 이들은 전쟁에 휘말리면서 강제적으로 해체되지만, 결국 파시스트와 대항해 싸우는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자키(클린트 벤틀리/미국)

평생 경마장의 기수로 살아왔던 잭슨은 건강 악화로 인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그러던 중 자신을 잭슨의 아들이라 소개하는 젊은 남자가 찾아오고, 본인도 아버지 같은 기수가 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충격을 받은 잭슨은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부인하면서도, 젊은이의 열정에 그를 돕기로 한다.

★매스(프란 크랜즈/미국)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000일(아서 하라리/프랑스·일본·독일·벨기에·이탈리아·캄보디아)

1945년 종전 후, 무려 29년 동안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1974년에 투항한 일본 군인 오노다 히로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비판이나 광신이라는 주제를 뛰어넘는 형이상학적 모험극이다. 감독은 주인공에게 유일한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섬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죽음과 고독에 맞서 싸우는 안티히어로의 경험에 동참시킨다.

★잃어버린 것들을 위한 기도(타티아나 우에소/멕시코·독일·브라질·카타르)

멕시코의 산기슭 외딴 마을에서 마약 카르텔에 피해를 본 이웃의 빈집은 점점 늘어나고, 안나와 친구들은 짧은 머리로도 감출 수 없을 만큼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자라난다. 남자들은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여자와 어린아이들만 남은 마을에 다가오는 위협은 커져만 간다. 끊이지 않는 불안 속에서도 풍광은 눈부시고, 아이들은 순수하고 사랑스럽다.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알렉산드르 코베리체/조지아·독일)

리사와 조르지가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이 시험에 드는 과정을 마치 동화 속 이야기처럼 속삭이듯 들려준다. 그들이 하루 아침에 얼굴이 바뀌고 직업을 잃는 상황에서도 온 마을은 월드컵에 열광하고,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떠돌이 개가 지나가는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빛바랜 일상 속에서 다시 운명이 개입해 주인공들이 서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기발하게 그려낸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