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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12> 산청지역학연구회의 ‘산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항거와 치유의 땅 산청, 구석구석을 누빈 3년의 기록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1-08-08 19:27:4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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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대 인문도시지원사업 일환
- 2018년 산청지역학연구회 결성

- 지역민 등 회원 9명 공동 집필
- 문화·역사·선비 정신 등 담아내
- 마을 곳곳 직접 찍은 사진 눈길

무더위 기세에 어지간히 지쳐 있었다. 그런데, 산청으로 일정을 결정하자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고, 차가운 계곡물이 발에 닿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산청(山淸)’이라는 이름 때문인 것 같다. 산이 푸른 고장이라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우연히 ‘맑을 청(淸)’을 쓴다는 걸 알았다. 그 이름이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임을 말해준다. 산으로 치자면, 우리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이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에 있다. 물로 치자면 경호강이 있다. 지리산 수많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려 합쳐진 물줄기는 산청을 고루 적시며 생명을 키워낸다. 산 좋고 물 맑으니 어찌 사람 살기 좋은 땅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산청 땅을 흐르는 역사, 사람들이 일구어온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산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라는 책에서 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기획한 산청지역학연구회의 일부 회원을 산청 원지에서 만났다.
   
경호강 줄기의 산청 원지에서 만난 산청지역학연구회 회원들. 왼쪽부터 김병직, 김성리, 민영인 씨.
■산청의 힘이 궁금하다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역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알리는 활동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일들이 우리나라를 더 넓게 한다. 중앙을 중심으로 한 역사기록에 지역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어나가야 비로소 우리나라가 제대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지역은 변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중심이다.

   
산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 산청지역학연구회 기획·엮음/ 알렙
산청 원지버스정류장에서 산청지역학연구회 회원 3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석하기로 했던 한 여성회원은 집안일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 말에 이 모임의 성격이 퍼뜩 이해가 됐다. 향토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 아니라, 산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산청의 정신문화를 찾아서’라는 책 제목은 조금은 무겁다 싶었지만, 책 내용은 술술 읽힌다. 두어장을 넘기기 바쁘게 나타나는 사진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마치, 산청에 사는 친구 손을 꼭 잡고 마을 골목, 강변, 산길, 문화재를 구석구석 안내받는 기분이다. 산청 자랑을 조근조근 야무지고 알차게 속삭여온다.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한 산청 이야기를 펴낸 회원들을 다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코로나 시국에 맞게 필자를 포함해 4명이 만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책머리에 “산청지역학연구회는 대한민국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인제대학교의 산청군 인문도시지원사업단이 산청의 정신문화를 찾아 널리 알리기 위해 2018년 8월에 처음 결성”했다는 설명이 있다. 사업단을 이끄는 단장은 김성리 인제대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이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그는 문학을 공부하면서 문학이 지닌 치유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센인들과 만나며 시쓰기와 시를 통한 치유 활동을 하고, ‘한센인의 생애구술과 치유’라는 책도 펴낸 바 있다. 그는 한센인들을 만나면서 산청 성심원을 만났다. 김성리 교수는 성심원을 찾으면서 산청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한센인 관련 시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심원의 역사는 반세기가 훌쩍 넘어요. 그 오랜 세월동안 산청이 감싸 안았습니다. 이 땅의 힘은 뭘까 궁금했지요.”

■ ‘항거’와 ‘치유’의 산청 정신문화

산청지역학연구회 회원들은 산청에서 나고 자란 지역민, 산청을 떠났다가 돌아온 귀향민, 산청이 좋아 제2의 고향으로 택한 귀촌민들이다. 민영인 씨는 산청군 문화해설사로도 활동 중이다. 산청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기에 3년에 걸친 회원들의 답사 길잡이도 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준 장본인이다. “산청은 정치에 뜻을 두지 않는 산림처사들이 깃들었던 곳입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지리산 자락에서 일어난 역사 역시 중요하지요. 은거하고자 하는 사람을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치유해온 땅이 산청입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산청 지역에 면면히 이어오는 정신문화의 힘을, ‘항거’와 ‘치유’의 정신으로 톺아보고 있다.

김병직 씨는 답사를 다닐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원하는 구도를 잡기위해 길도 없는 산비탈을 타기도 하고, 이미 다녀온 답사 현장을 뒤에 홀로 찾아가 추가 촬영도 했다. 3년간 찍은 사진이 몇 장인지 헤아릴 수 없고, 책을 위해 고른 사진만 500여장, 그 중에서 다시 엄선한 사진이 책에 수록됐다. 그는 “결혼을 하고 산청을 떠나 다른 고장에서 살고 있는 여자 동창생이 이 책을 주변에 알리면서 ‘여기가 내 친정이야!’라고 자랑한다는 말을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 말에 이 책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책을 내기 위해 모든 회원들이 원고를 나누어 썼다. 돌려가며 읽고, 토론하고, 교정을 보았다. 산청의 문화와 예술, 역사, 강과 마을, 선비 정신, 선비 풍류, 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6장으로 나누어 소개한 책에서 3년간의 여정과 정성이 느껴진다. 다른 회원들의 이름도 남김없이 불러야겠다. 김명숙 김성애 김은영 이미란 최혜숙 황혜련 회원이다. 지원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더 많은 산청사람들의 이름이 모임에 오르지 않을까.

   
사진을 찍을 장소는 이미 정해두었다는 말에 따라나섰다. 경호강의 줄기, 원지 고수부지 길이 회원들이 좋아하는 길이란다. 그곳에 서니 책 속 한 대목이 생각났다. ‘오래된 마을에서 정겨움을 나누다’ 편에 신등면 단계마을로 가는 길을 소개하는 대목이다. 산청군 전체 110여개의 문화유산 증 30여 개가 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고을, 단계로 가보자. “3번 국도 원지 갈림길에서 동북 방향 신등면으로 들어서면 산뜻한 시골길의 정서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어지는 길인 신차로를 따라가면, 봄에는 노란 산수유와 벚꽃,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잘 익은 사과가 가득한 과수원, 다랭이논, 황매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차황면으로 진입하기 전에 단계마을이 나온다.” 그 길을 타박타박 걷고 싶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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