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6개 극단 10·12·14일 상연
- 담백하고 뭉클한 가족 얘기부터
- 우리 주변 연애담까지 소재 다양

연극에선 배우의 연기와 무대까지 모두 극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배우의 목소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공연도 있다. 희곡을 배우가 읽는 것만으로 진행하는 낭독공연이 마련돼 관객을 기다린다.

배우의 희곡 낭독으로 채우는 2021 여름창작낭독무대가 오는 10, 12, 14일 부산 3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 공연 모습. 각 극단 제공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는 오는 10, 12, 14일에 2021여름창작낭독무대를 동래구 열린아트홀, 남구 공간소극장, 수영구 소극장6번출구에서 연다. 회당 2개의 작품을 공연하며 화·목요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4시에 열린다. 공모를 통해 여름과 어울리는 창작 희곡을 선정하고 지역 극단의 배우가 낭독하며 회당 40분 진행한다. 지역창작희곡의 발전을 위해 기획된 자리다.

예술공장 승승의 ‘할머니의 사라다’(연출 전주협)는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2년 만에 친정집에 오겠다는 딸 미선의 전화를 받은 수미는 어릴 때부터 미선이 좋아하던 사과 사라다를 준비한다. 샐러드라고 제대로 불러야 하지만 사라다라고 말해야 깍둑썰기한 사과와 게맛살, 햄에 마요네즈를 버무린 집에서 해먹던 진짜 사라다 같다. 수미는 딸을 위해 사과 사라다를 만들면서 사과에 얽혀있던 가족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에게 익숙한 과일인 사과이지만, 어느 순간 삶의 노고가 묻고 아픔이 되기도 하는 과일이 사과다. 2년 만에 만난 미선과 사과 사라다를 먹으면서 두 사람은 그간의 묵혀놓았던 감정을 풀어놓는다.

지난 공연 모습. 각 극단 제공

2016년부터 어린이 뮤지컬을 10편 이상 제작해 누적관객 20만 명을 돌파한 예술공장 승승은 이번 공연을 통해 시니어클럽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제작, 어린이뿐 아니라 전 연령을 아우르는 콘텐츠 제작 집단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가 허윤은 “TV 막장 드라마에 지친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삶이 녹아 있는 담백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욱 마음 편하게 이야기에 빠져들 것 같다. 가장 평범한 어머니지만 가장 위대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계란후라이 가장자리 팬’(연출 최은영)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34세 이지영과 하수정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아이돌의 공식카페와 팬클럽에 가입한 후 그 가수의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긴다. 열정은 누구 못지 않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고 둘 다 가정과 동호회에서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핀잔까지 듣는다.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을 떠난다. 작가 유경화는 “계란 프라이의 가장자리는 가장 맛있지만 금방 타버리는 부분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가족에게 인정받기 힘든, 마치 계란 프라이 가장자리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는 삶을 살기까지 한 가지 일에 진중하게 몰입한 적이 있나를 생각해보며 썼다”고 했다.

지난 공연 모습. 각 극단 제공

극단 아이컨택의 ‘Monkey Trap(원숭이 덫)’(연출 박용희)은 윌리엄 제이콥스의 소설 ‘원숭이 손’을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원숭이 손은 소원을 이뤄주는 것 같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극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대한 경계를 주제로 한다. 영국의 어느 시골 뒷골목에서 젊은 부부 벨라와 조지, 벨라의 여동생이 함께 운영하는 술집에 한 여행자가 나타난다. 이 여행자는 소소한 일상에 행복함을 느끼고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이 없던 그들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원숭이 손을 소개한다. 현재에 만족하며 소박하게 살던 셋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오고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컨택이 공동으로 재창작한 이 작품은 “원작에서 원숭이의 손을 ‘바삭바삭 마른, 작고 검은 물건’이라고 표현했듯, 작품 속 소원은 ‘꺼림직하고 오싹한 행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극단 우릿의 ‘연애의 결말’(연출 강인정)은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사랑 얘기다. 남자친구와 사귄 지 1년이 된 주인공은 그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헤어진다. 문제는 사내 연애라 헤어지고도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 그런데 전 남친과 바람난 사람이 회사 사장이라는걸 알게 되고 주인공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게다가 회사의 실장도 그와 사귀었다니 혼란은 더욱 커져만 간다. 손지민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면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며 쓴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마른’(연출 김염지)은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서 시작된다. 황폐해진 도시 속,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방에 살아있는 것은 두 사람과 물고기 한 마리다. 정지영 작가는 “매일의 재난을 견디고 있는 모든 여성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극단 민트팩토리의 ‘그 여름 바다’(연출 최효정)는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 바다에는 신라 충신 박제상의 아내가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고 여전히 한국이 전쟁 중인 줄 아는 병사의 혼도 있다. 바다 앞에서 꿈을 키우는 청소년도 있다. 이수경 작가는 “바다는 늘 거기에 있지만 사람은 흘러간다”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듯 바다를 떠올렸으면 좋겠다”는 작품 의도를 밝혔다.

회당 1만 원(회당 2개 작품 공연), 패키지 2만 5000원(3회 관람).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