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제관념을 키워줘야 한다는 얘기가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과 비슷한 무게와 빈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돈 돈 하는 것이 나쁘다며 아예 경제교육은 시키지 않던 이전 세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책의 방향이 정확하고 바람직해 보인다.
주인공은 “내가 처음으로 돈을 구경한 건 내 돌잔치 때였어요. 그때 오만 원 지폐를 잡았더니 엄마가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하며 활짝 웃었어요. 돈은 사람을 웃게 만드나봐요”라며 돈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 돌잔치 모습과 너무 똑같아 웃음이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아이는 슈퍼마켓에서 돈을 주니 과자로 바꿔주는 것을 보며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깨닫는다. 그러더니 성공한 큰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은 걱정거리도 같이 주는가 보다 하고 한 단계 발전된 생각을 한다. 이후 백혈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모금을 하면서 돈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기적인가 보다라며 돈에 대한 생각을 추가한다.

하이라이트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아빠를 보면서 회사에 안 가고 우리랑 놀면 안 되느냐고 투정하자 아빠는 “아빠가 너희랑 놀 시간도 포기해야 돈을 더 벌 수 있단다”며 냉정한 현실을 알려주는 모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책은 동화지만 억지스럽게 아이들에게 용돈은 저축하고 돈은 이렇게 쓰임이 있고 경제가 이렇게 돌아간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눈으로 돈이 어떤 영향력을 가졌는지, 어떤 면에서는 좋고 어떤 면에서는 조심해야 하는지 담백하게 보여준다. 그러자 아이는 “돈은 아빠의 시간을 빼앗는 미운 것인과 봐요”라며 어느 정도 돈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그늘도 깨닫는다.

돈의 여러가지 면을 알게 된 주인공은 돈을 많이 벌어서 착한 부자가 돼 사랑하는 가족도 지키고 세계 여행도 다니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싶다며 돈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주인공의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인공은 돈에 완전히 휘둘려서 살지는 않을 듯 하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누기에 적합하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