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임·비혼·생계 수많은 이유로
- 평생 엄마가 되지 않는 여성들
- 가족·주거·질병·노년 문제 등
- 그들의 정체성 담론 이끌어내
- “다양한 삶의 방식 존중받아야”

평생 엄마가 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수많은 ‘아이 없는 여성’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펴낸 케이트 카우프먼. 호밀밭 제공

무던히 애썼지만 난임을 치료하지 못했거나, 난임임을 알고 큰 갈등 없이 아이를 포기했거나, 결혼에 거부감이 있어 ‘출산의 전제조건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여겼거나, 연애와 결혼은 하고 싶었지만 출산은 싫었거나, 배우자가 자녀 갖기를 거부했거나, 자녀 양육에 드는 엄청난 돈을 자신들에게 쓰자는 데 부부가 합의했거나, 학업과 직업활동에 몰입하다 가임 시기를 놓쳤거나, 경제 능력이 부족한 부모를 부양하는데 젊음을 보내고나니 누군가를 추가로 부양할 동력을 상실했거나, 동생들 양육에 이미 지쳐버린 맏이였거나…. 우리는 출산을 두고 생리적인 임신 가능성 또는 선택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알고보면 여자가 ‘엄마가 아닌’데는 수십, 수백가지의 배경과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는 아이 없는 미국 여성들을 만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정체성에 관한 담론을 이끌어낸 책이다.

저자인 케이트 카우프먼 역시 아이가 없다. 1980년대에 난임을 치료하려 애썼지만 결국 아기는 생기지 않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시골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동네의 모든 가정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가족 중심 문화에서 아이 없이 살아가는 여성’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임여성’이라는, 객관적인척 하지만 심각하게 배려 없는 용어부터 차일드프리, 차일드리스, 논맘 등 아이 없는 여성을 지칭하는 모든 용어에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끼어 있다고 저자는 인식한다. (그럼에도 저자 역시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말을 찾기 어려워 이 모든 용어들을 혼용하기로 한다.) 정당한 명칭도 없이 보통의 ‘엄마’와 반대되는 존재로 방치돼 있는 이들을 사회는 ‘(임신할 수 없는) 슬픔’과 ‘경솔한 자유’라는 시선으로만 보고싶어한다. 물론 이 두 시선은 아이 있는 삶이어야만 정상적이고 온당하다는 관념의 산물이다.

복합적인 이유로 아이 없는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현대사회에 만 44세까지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미국의 경우 시기별로 14~20%)의 인구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에게 매겨지는 문화적 기댓값은 ‘출산’인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아이 없는 여성들의 생계유지 방식, 우정, 가족 문제, 주거, 질병, 노년의 문제, 그리고 심리 상태 등에 관해 세심히 듣고 전달한다. 이를 통해 사람 사는 모습은 획일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삶의 방식과 경험(그것이 선택이든 아니든)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설득한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