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곳의 詩와 그곳 <22> 강문출 시인의 ‘물의 평지’







　물의 평지







　 - 강문출





　더는 자신을 지지할 수 없을 때



　수련은

　물의 평지에다 커다란 제 손을 내려놓는다



　내가 왼종일 헤매다

　늦은 밤 방바닥에 등을 붙이는 일처럼



　높낮이가 없어 큰 갈등 없는

　공중도 지하도 아닌 정거장 같은

　누구나의 발돋움에 디딤돌이 되어주는



　수면과 지면,



　이 두 바닥을 수련은

　손과 발로 꽉 붙들고 있다





　 시집 ‘낮은 무게중심의 말’에서

	수련. 잎은 수평을 이룬다. 왜 그럴까. 국제신문 DB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수련은 늪이나 못에서 재배하는 여러해살이 수생식물로 길고 단단한 잎자루와 꽃자루는 깨끗하고 얕은 물속의 진흙에 내린 뿌리줄기에서 나온다. 둥글고 중앙을 향해 갈라진 잎은 물속에 잠기지 않고 물 위에 둥둥 뜬다. 꽃은 흰색을 띠며 물 밖으로 나와 있는 길다란 꽃자루 끝에서 6~7월에 핀다. 꽃잎은 낮에 활짝 벌어졌다가 밤에 접힌다. 꽃이 밤에 오므라들므로 수련(睡蓮)이라고 한다.



　‘물의 평지’를 읽다 시인의 내공에 대해 오래 깊어졌다. 며칠 전 우연찮게 새를 잡아먹는다는 고양이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고양이는 생선보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새 둥지를 노리는 주범이며 고기를 더 좋아하는 육식동물이라는 것이다. 그날도 새를 노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정자 난간에 웅크린 채 오랫동안 활시위를 당기듯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뭐지 싶어 간간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3시간을 족히 겨눈 시위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후로 정자 처마에 있던 새집이 털렸다는 것과 그 고양이의 만행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낚아채기 위해 오랜 시간 탐색하는 그 끈기와 무공에 가까운 고양이의 날렵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래서인지 ‘더는 자신을 지지할 수 없을 때’라는 이 첫행의 글귀가 느슨한 듯 달관한 노련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즉 시위를 놓았을 때 수련이 ‘물의 평지에다 커다란 제 손을’ 펼치게 되는 빛나는 순간일 것이라 연상된 것이다. 화자가 ‘왼종일 헤매’는 일이야 말로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온 힘을 쏟아낸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물의 평지에 펼친 수련 잎이야 말로 ‘늦은 밤 방바닥에 등을 붙이는’ 자신(‘내’)과 같다니 수련과 한 몸이 된 듯한 화자의 내공을 감지해 본다. 나아가 ‘높낮이’도, ‘갈등’도 없다면 이미 인간세상의 늪은 다 건너지 않았을까, ‘공중도 지하도 아닌 정거장 같은’ ‘누구나의 발돋움에 디딤돌’이 되어주는 그 ‘수면과 지면,’에 펼쳐진 초록빛 우주를 떠올려 본다. 손바닥처럼 작은 생명이지만 온 힘을 다해 ‘수면과 지면’의 바닥을 ‘꽉 붙들고 있’을 수련(睡蓮)의 내공.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