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고된 행로는 베이징~러허
- 더위와 폭우에 발목 잡히기도

조선은 명나라 다녀오는 걸 조천(朝天), 청나라 방문을 연행(燕行)이라 불렀다. 연암 일행은 조·청 육로를 택해 한양~베이징~러허(熱河), 왕복 9200여 리(3600여 ㎞)를 주파했다. 여름·가을 환절기였는데 더위와 폭우에 자주 발목이 잡혔다. 늦을세라 목숨 걸고 강을 건넜다. 초행길인 베이징~러허 420리 행로가 가장 고됐다. 건륭 황제가 베이징이 아닌 러허에 머물렀는데 사절이 그걸 몰랐다. 빨리 오라고 독촉해 규모를 줄여 74명, 말 55필이 5일간 숙박 없이 줄곧 달렸다.

	조선 사절(오른쪽 아래)이 청 황제를 만나는 모습. 김홍도 작품.

원래 전체 인원은 300여 명. 핵심 관리인 삼사(정사 부사 서장관), 하급 관리(대통관 비장) 비복에 비공식 인력이 합세했다. 연암은 정사이자 팔촌 형인 박명원(1725~1790, 영조 사위)이 친척 신분으로 불렀다. 조선 시대 연행은 500여 회. 연행록으로 홍대용 ‘담원일기’, 김경선 ‘연원직지’, 김창업 ‘연행일기’도 잘 알려졌다. 통상 최종 목적지는 베이징. 연암 일행이 처음으로 변방 러허까지 갔다. ‘열하일기’란 서명(書名)은 이때 비로소 등장한다. 이전은 ‘연행음청기(燕行陰晴記, 러허까지 갈 줄 몰랐기 때문)’라 적었다. 음청기는 날씨 기록이란 뜻. 첫 글은 1780년 6월 2일(음력) 의주에서 출발해 국경 촌락 주롄청(九連城)에 이른 여정을 쓴 도강록(渡江錄), 마지막 일기는 8월 15~20일 러허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사정을 쓴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5월 27일 한양을 떠나 10월 27일 돌아왔으니 156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