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극장보다 고강도 지침 요구
- 미등록 극장 탄력 적용 필요성

사실상 극장이나 공연장 구실을 해온 미등록 야외 시설에 대해 일부 기초지자체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적용이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구·군마다 예외를 두는 기준이나 판단이 다른 상황에서 가장 엄격한 ‘야외집회’ 수준의 지침이 적용되자 현실을 고려한 탄력적 행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영화의전당은 이달 개최할 예정이던 ‘수요영화상영회’를 취소했다고 2일 밝혔다. 수요상영회는 부산시민이 수준 높은 영상 작품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매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최하는 야외상영 행사다. 올해 행사는 5월부터 9월까지 15차례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해운대구에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이 정식 등록된 상영관이나 공연장이 아니므로 야외집회 수준의 방역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밝혀 제동이 걸렸다. 등록 상영관은 영상물을 120일 이상 상영하고 좌석 간 적정 거리 유지 등을 해야 하는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은 이런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사회적거리두기 기본방역 수칙에 따라 등록 상영관은 개인 간 1칸 띄워 앉기나 동반자 간 1칸 띄워 앉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야외집회는 4㎡당 1명 수준으로 거리 두기를 유지해 한 공간에 최대 100명 미만만 사람이 모일 수 있어서 야외극장에 적용되면 훨씬 고강도의 방역 지침이 될 수 있다. 영화의전당은 2000명 좌석에 99명만 앉혀 행사를 치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수요상영회 개최를 취소했다.

이에 지자체의 탄력적인 기준 적용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확진자가 거의 생기지 않았거나 감염의 우려가 적은 장소 내 미등록 공연장 행사의 경우 방역 지침의 일괄 적용이 경제적 타격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지자체가 지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일부 구는 미등록 극장에 등록 극장 수준의 방역 지침을 적용한다. 하지만 해운대구 측은 “많은 사람이 몰리면 시민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서 야외집회 수준의 방역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전당은 방역 단계가 1.5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행사 개최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시민이 힐링할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실내보다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야외 행사를 기획했는데 행정의 융통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공연계 종사자는 “보통 행사 진행 스태프만 10명 이상이다. 좌석에 99명 만 앉아도 실제로는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100명 미만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하다”며 “답답한 시국에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시민에게 도움 되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