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에서 한 발짝 더 가까운 느낌은 우리끼리다. 너와 나를 좀 더 강하게 묶어 우리로 만들고 그런 우리가 모여서 우리끼리가 됐다. 외딴 마을에 피부색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른 이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거리에서 끼리끼리 모여 살았다. 키가 큰 초록이들은 풀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강아지와 살았다. 네모나게 생긴 빨강이들은 장화만 신으면서 자전거 타기를 좋아했고 세모꼴의 파랑이들은 고양이를 더 좋아했다.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살며 다른 거리의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들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다.
그러다 떠돌이가 나타나 살 곳을 찾자 누구 할 것 없이 그를 배척했다. 그날 밤, 큰 폭풍우가 몰아쳐 모든 거리의 집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모두 모여서 마을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의견을 모으기가 불가능했다. 초록이 빨강이 파랑이들은 한 번도 같이 살아본 적이 없고 서로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혼란이 커지기만 하자 누구와도 관계가 없던 떠돌이가 말했다. “나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어요. 생김새와 사는 모습이 다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마을을 수없이 봤어요. 여러분도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들 수 있어요”.

무너진 잔해가 사라지고 알록달록 여러 색깔이 섞인 동네가 완성됐다. 그제서야 이들은 섞여서 사는 아름다움, 각각이 가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떠돌이 보비에게 감사한 마음도 생겨났다. 서로 다른 모양과 여러 색깔이 어우러진 무지개 마을에서 모두가 행복했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이런 간단하고 쉬운 일을 해보기 전에는 울타리 안에 살던 이들은 알지 못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하기 좋은 책이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