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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객’의 속내는 적을 도발해 아군 결집

프로보커터 - 김내훈 지음/ 서해문집/ 1만5000원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  |  입력 : 2021-04-15 20:06:2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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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발하다’는 뜻의 ‘프로보커터’
- SNS·유튜브서 막말·음모론 등
- 구설 오르는 이들 신랄한 분석
- 진중권·김어준 등 실명도 언급

프로보커터. 도발하다는 뜻의 Provoke를 활용한 신조어니 해석하면 도발자 정도가 되겠다. 이 책에서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정치적 관종’이라는 의미로 구체화한다. ‘관종’이라는 속어를 거침없이 쓴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신랄하고 비판적이다.
저자 김내훈이 한국의 대표 프로보커터로 소환한 인물들. 왼쪽부터 진중권 서민 김어준 강용석. 국제신문DB
책의 절반은 프로보커터의 의미와 내력을 설명하는 데 쓰고 있다. 프로보커터의 확산은 ‘주목경제’ 시대의 숙명이다. 주목과 관심이 상품 판매에 필요한 보조재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주목 자체가 돈이 되는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무한 공급되는 정보의 옥석을 가려낼 능력이 없는 현대인은 당장 눈에 띄는 것, 단순한 것,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콘텐츠도 주목경쟁에서 탈락하면 무가치해진다. 오히려 깊이 연구된 콘텐츠일수록 외면받을 확률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태어난 이들이 프로보커터다. 한국사회에는 정치 유튜버나 SNS논객 가운데 명성이 자자한 프로보커터가 포진해 있다. 이들 프로보커터의 도발 행위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인물(그에 대한 평가가 양분돼 있다면 금상첨화)을 타깃으로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데 주력한다. 상대가 발끈하면 더 효과적인데, 그 도발을 통해 타깃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결집시켜 순식간에 그와 대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음모론을 무기로 선동하는 유형이다. 여기저기에서 찾아낸 자료와 통계를 짜 맞춰 그럴싸한 정황을 완성하는 쪽은 점잖은 편이고, 타깃에 관해 ‘터무니없되 센세이셔널한 주장’을 펼치는 막무가내 음모론자도 많다. 세 번째 유형은 특정인을 겨냥하지도, 음모론을 펼치지도 않고 오로지 선을 넘나드는 마구잡이식 막말과 망언을 일삼는데 이들의 목적은 단하나 구설에 올라 관심을 끄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실명 토크’다. 저자가 소환하는 프로보커터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진중권, 서민, 김어준과 같은 굵직한 인물들과 ‘가세연’으로 대표되는 ‘우파 번들’.

저자는 진중권에 관해 ①‘싸가지 없는’ 말로 상대를 도발하고 ②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만들고 ③적의 적은 나의 친구이므로 자연스럽게 ‘우리 편’ 추종자를 확보하는 프로보커터의 핵심 전략을 취한다고 분석한다. 서민은 논평마다 ‘문빠’와 ‘대깨문’을 소환하고 그들을 한국 민주주의의 최악 위협집단으로 만들지만 그 근거는 빈약하다고 평가한다. 또 김어준의 ‘나꼼수’는 이미 존재하는 민주당 지지자를 동원·결집할 뿐이었고 반대 진영 설득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그의 토대는 정치 종족주의라고 본다. 그리고 이들보다 훨씬 더 ‘조잡한’ 우파 유튜버를 또다른 유형의 프로보커터로 언급한다. 이들은 수위 높은 도발, 혐오표현, 폭력 선동, 가짜뉴스 유포로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갈등을 키우지만, 이들의 행위는 신념과 무관하게 철저히 수익 모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시작은 “진중권은 왜 저럴까”는 질문이었다고 한다. 비슷한 물음을 가진 사람들이 읽으면 그 분석에 동의할 수도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프로보커터라는 현상을 캐치하고 유례없이 혼란한 ‘한국 논객시대’를 분석한 시도가 흥미로운 건 분명하다. 신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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