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구원과 기능 중첩 이어
- 위상·적절성 놓고도 논란 확산
- 싱크탱크 vs 컨트롤타워 팽팽
- 재단의 역할 논의 필요성 대두

최근 부산문화재단이 대표 직속 정책연구센터의 위상 재조정을 검토하자 그 적절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재단이 싱크탱크 기능을 앞세우는 게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역 문화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기 때문이다.

부산문화재단 전경. 국제신문DB

23일 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최근 A 부산시의원 등 지역 시의원 사이에서 현 재단 대표 직속 정책연구센터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애초 재단이 부산연구원과 역할이 중첩되는 등 이유로 연구 기능은 맡지 않기로 했는데, 대표 직속의 정책연구센터를 두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 개정된 ‘부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지원 조례’는 재단 사업을 ‘문화 관련 정책 개발 지원과 자문’으로 못 박고 있다. 정책 개발 기능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이후 지역 문화 예술 연구 과제를 개발하고 관련 정책 개발과 조사 분석·정책 네트워크를 맡을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2019년 9월 시와 공감대 속에서 센터가 출범했다. 하지만 센터의 위상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자 결국 재단은 시와 논의 끝에 기구 개편안의 하나로 센터를 기획경영실 산하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작은 기관답게 지역 예술인 창작과 복지 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것”이라며 “시는 기획, 재단은 실행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문화재단의 역할을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단이 2009년 시 출연으로 출범할 당시 문화 컨트롤타워로서 정책을 세우고 예술가 발굴·지원을 하는 등 지역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의 위탁사업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 집행, 연구 조사는 물론 기획·전략 개발·제언·자문·사업 개발까지 하는 타지역 문화 재단의 위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제법 굵직한 사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 조직인 재단의 비대화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사업 평가 기능도 수행하기 위해 센터를 대표 직속으로 둔 것일 뿐이며, 역할 강화를 조직 비대화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재단 관계자는 “부산만의 포괄적인 문화 전략을 연구하고 수립하는 개별 기구는 필요하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부산연구원과 기능 중첩 등을 고려한 역할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