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대안극장 머리 맞댄 자구책
- 영화 관련 샵 ‘금지옥엽’ 문 열어

관객문화운동을 표방하며 10년 가까이 운영 중인 부산 중구의 모퉁이극장이 영화 ‘굿즈샵’을 열었다. 운영난을 겪는 전국 민간 대안극장과 함께 찾은 활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 중구 BNK 부산은행아트시네마 3층에 있는 ‘금지옥엽’ 굿즈샵. 모퉁이극장이 운영한다.

모퉁이극장은 지난 달 부산 중구 신창동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3층에 ‘금지옥엽’ 굿즈샵을 개점했다고 22일 밝혔다. 금지옥엽은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협동조합이 공동 주문한 영화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이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지역민이 모여 예술·독립영화를 관람한 뒤 토론 세미나 등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대안극장이자 관객문화운동이다. 예술로서 영화가 붐을 일으킨 과거에는 재작년 문을 닫은 국도극장을 비롯해 부산에도 이런 민간 극장이 다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현재는 소수만 남아 운영되고 있다. 모퉁이 극장도 관객문화운동을 펼쳐나가는 대안극장으로, 2012년 중구 중앙동 40계단 근처에서 가설극장 형태로 운영해오다가 지난해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3층의 전용관(72석 상설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퉁이 극장의 새로운 전용관은 올해 초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다음달로 개관을 미루고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크고 작은 비상설 영화제를 열었다. 개관을 연기하는 대신 모퉁이 극장은 지난달 전용관 근처에 굿즈샵을 열었다. 극장 수익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 속에서 지역 대안극장이 더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제안된 아이디어였다. 이 생각에 동조하는 조합 소속의 서울 2곳, 목포 1곳 등 전국 커뮤니티 시네마 4곳이 사업에 참여했다.

굿즈샵은 조합원 극장이 위치한 전국 4곳에서 운영 중으로, 영화 LP 포스터 서적 배지 키링 등의 다양한 상품을 판다. 최근 영화의전당 왕가위 4K 마스터링 개봉 이후 관련 물품을 찾는 옛날영화 팬이 부쩍 늘었다.

극장 측은 금지옥엽이 전국 공동체 극장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넷플릭스 등 OTT 비대면 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 시대에 지역 대안극장이 굿즈 판매는 물론 카페테리아, 사색 토론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극장 관계자는 “굿즈샵은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니라 민간 대안극장이 명맥을 잇기 위해 내놓은 자구책”이라며 “오는 5월에는 전국 각 도시의 대안 극장 문화를 알리는 ‘커뮤니티 시네마 페스티벌’을 열고 12월에는 모퉁이극장 ‘관객 영화제’를 새 전용관과 홀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