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시집에서 5권을 남겨 토론을 이어갔다. 대체로 시력에 비할 때 과작인 시인이 많았다.

제20회 최계락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올해의 수상작을 뽑고 있다. 왼쪽부터 하청호·선용·구모룡·최원준 심사위원.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신정민의 시집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는데 그동안 네 권의 시집을 발간하기까지 꾸준한 정진과 변화를 이끌어 왔고 이 시집에 이르러 일정한 수준에 달했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가령 ‘사바아사나’가 말하는 역설이 주목된다. 삶의 풍경을 그려내는 언어에 구체성을 더하였다. ‘주워 온 돌 하나 때문에’ ‘육촌’ ‘밤은 몇 개의 수조를 거쳐 아침이 되는가’와 같은 시편은 그동안의 경향에 비하면 파격이다. “깨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그릇 중의 으뜸은 사람이었다”는 구절이 담긴 ‘불의 이웃’은 상처의 사람과 소진과 낭비의 사람이라는 두 차원을 만든다. “밥에서도 모래가 씹히는 나는/춤추는 사막에서 사라지고 있는 나만의 좌표이다”(‘나의 모니터는 사막을 그리워한다’)는 구절이 강렬하다.

환멸, 소진, 고갈의 인간관을 표현하는 시적 자아의 눈길이 그윽하고 깊다.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구모룡(문학평론가)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