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에서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쪽방촌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한 빈곤 비즈니스의 처절한 실태를 조명했다.

‘쪽방’은 흔히 ‘약 6.6제곱미터, 2평 이내의 면적에 세면실, 화장실 등이 적절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 공간’을 뜻한다. 서울의 경우 약 4천 개의 쪽방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KBS)

2018년 기준, 쪽방의 평균 월세는 약 23만 원이다. 이는 놀랍게도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월 평당 월세가 약 15만원인 것에 비해, 무려 약 8만원이나 더 비싼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실제 제작진은 일주일간 약 2.9제곱미터, 0.9평의 쪽방을 임대해 생활해봤다.

좁고 답답한 쪽방 내부는 환기조차 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주민들의 경우 누수로 인해 이불이 젖을 정도였지만, 집주인은 월세만 받아갈 뿐 아무런 관리를 해주지 않고 있었다.

지난 달, 일부 강남 건물주와 지방 부유층이 쪽방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의혹이 제기됐다.

21년째 서울의 한 쪽방촌에 살고 있다는 최진수(가명) 씨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노령연금을 포함해 정부로부터 한 달 약 75만 원의 돈을 받고 있다. 전기세를 포함한 29만 원이 월세로 빠져나가고 남은 약 46만 원이 그의 한 달 생활비이다.

제대로 된 밥 한 끼 사먹는 일조차 부담되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흔히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없을 거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일흔의 나이에도 최 씨는 소설가를 꿈꾸고 있다.

10년 째 쪽방에 살고 있다는 박동호(가명) 씨에게도 꿈이 있다. 박 씨는 2008년 11월 경, 일용직으로 일 하다가 허리를 다친 후, 생계가 막막해지자 두 평도 채 되지 않는 이 곳 쪽방에 터를 잡았다. 보증금 없이 한 달에 25만 원의 월세를 내고 쪽방에 살면서 그가 꾸는 꿈은 다름 아닌 쪽방을 탈출하는 것이다.

쪽방 주민들의 60퍼센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71.5만 원. 쪽방의 월 평균 임대료는 월 약 23만 원으로 주민 평균 소득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이 임대료는 우리나라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의 월 평당 임대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해당 아파트 약 157제곱미터, 53평형 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10억 원에 월 400만 원. 이를 월세로 환산하면 평당 약 15만 원으로, 쪽방의 평당 월 임대료가 훨씬 비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높은 임대료에 비해 주거환경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서울에 있는 약 4000 개의 쪽방 실소유주들을 찾아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실태를 확인했다. 김민수(가명) 씨의 경우, 쪽방 건물을 무려 4채나 보유해 한 해 약 7천만 원 정도의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간 관리자를 두고 월세만 받아갈 뿐 대부분의 쪽방 주민들은 집주인 김 씨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쪽방들도 집주인이 건물 관리를 하지 않고 월세만 받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013년 서울시가 저렴 쪽방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비용을 투자해 리모델링한 건물의 일부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높여서 받아야 한다며 서울시와의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 선언하고 나섰다.

길거리로 내몰리기 전, 마지막 사람들의 주거지 ‘쪽방’. 그리고 쪽방에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이른바 ‘빈곤 비즈니스’. 빈곤 비즈니스의 실체를 취재하고, 2019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