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쾅. 천둥소리가 귓가를 때리는 밤. ‘엄마랑 자고 싶다.’ 엄마 방문 손잡이를 잡고 한참을 망설이던 주유는 끝내 문을 열지 못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다. “내 자장가는 엄마 숨소리/나는 아직 자장가가 필요해/봉추 아저씨가 뿅 사라졌으면.”

	문학과지성사 제공

누군가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마술 딱지’(그림)는 엄마와 단둘이 살던 주유가 새아빠 ‘봉추 아저씨’를 받아들이며 겪는 일을 그렸다. 나만의 엄마를 아저씨에게 뺏긴 것 같아 속상하고 외로운 주유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새아빠를 ‘버드대디(Bird daddy)’라고 놀리는 얄미운 친구 동탁이 때문에 기분이 상한 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주유 앞에 딱지 도사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한판 할래?” 할아버지의 대왕 딱지를 모조리 따고 돌아온 주유. 그런데 이 딱지가 수상하다. 딱지를 내리칠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말대로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 “싫어하는 물건에 딱지를 세 번 쳐. 그리고 베개 속에! 삼일 동안 기억을 잃어버리지.” 마술처럼 아저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주유는 바라던 대로 엄마 품에서 잔다.

사흘이 지나도 아저씨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기 시작한 주유는 딱지 도사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할아버지에게 주유는 “아빠가 처음”이라고 털어놓는다. 엄마가 미혼모로 주유를 낳았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쭉 아빠가 없었던 것이다. “넌 아빠가 생기면 뭘 하고 싶었니?” 무지 심심했던 밤, 주유는 아저씨 서재 앞을 기웃거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같이 놀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아저씨가 싫다고 할까 봐. “아저씨는 딸이 처음이고, 넌 아빠가 처음이네. 처음은 그래. 누구나 다 서툴지. 자꾸 부딪혀 봐야지. 그래야 서로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되니까.” 제15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