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문화공간 ‘공간 힘’서 전시
- 작가 5명 ‘그날의 아픔’ 재소환
전남 진도 앞바다를 찍은 사진 두 장. 2015년 주용성 작가가 촬영한 사진 속 바다는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하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재각 작가가 찍은 사진은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한가운데에 한 줄기 빛이 비친다. 참사 이후 바다의 모습은 세월호와 관련된 우리의 기억을 되살린다. 주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일렁이는 바다 표면에 가슴이 짓눌리듯 내려앉았다. 봄이면 모두가 사월의 바다와 닿아있었다”고 말했다.
| |  |
| 김민호 작가의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지점’(왼쪽), 이재각 작가의 ‘팽목항, 진도’. 공간 힘 제공 |
주용성 작가는 세월호 참사가 뒤흔들어 놓은 우리의 감각을 조명한다. 그가 촬영한 팽목항의 바다와 사람들, 항구는 초점이 흐리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늘 보던 평범한 사물, 사람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우리가 알던 대상을 전혀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담았다.
이재각 작가가 찍은 어두운 바다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어둠에 묻힌 진실을 은유했다. 세월호 사건에 갇히기 보다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진을 통해 다른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기울어진 바다와 헌화 장면을 찍은 사진은 당시 비극적 참사를 떠오르게 하고(김민호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지점’), 목포 신항에 놓인 유족들의 컨테이너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통을 보여준다(박민석 ‘가족컨테이너_목포 신항’). 권하형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의 유류품 기록 작업을 보여준다. ‘주인 잃은 샌드백’ ‘주인 잃은 교복’만 남겨진 방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각인시킨다.
이번 전시는 수영구 광안동 인문학공간 ‘생각하는 바다’에서도 함께 열리며, 세월호와 관련된 서적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무료.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