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215호인 부산 금정산성에서 복원된 4곳의 망루가 적의 침입을 살피는 시설이 아니라 화포를 쏘는 구조물이거나 무기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굴 조사를 통해 무기고 가능성이 제기된 부산 금정산성 기와 건물터.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시립박물관은 금정산성에 남아 있는 기와 건물터와 제1망루 일원에 대한 문화재 발굴 조사를 벌여 최근 보고서를 간행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금정산성에 복원된 4곳의 망루는 원래 산성 운영에 필요한 돈대(墩臺)나 무기고 등 창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돈대는 조선 후기 화포를 쏘는 구조물 또는 누각을 말한다.

현재 금정산성에 배치된 4곳의 망루는 성벽을 따라 확인된 기와 건물터를 망루로 추정해 1980년 이전에 복원했다. 이후 파리봉 남쪽 상학산에 있는 제1망루가 2002년 태풍 ‘루사’로 붕괴되자 복원하기 위해 마지막 한 곳 남은 기와 건물터와 함께 발굴조사를 벌였다. 기와 건물터를 통해 제1망루의 정확한 성격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기와 건물터는 남북 9.38m, 동서 4.02m 규모로 직사각형 정면 2칸, 측면 2칸으로 확인됐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기와 건물터는 외부에서 문을 잠그는 구조여서 내부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보안이 필수적인 군기고나 중요한 창고 건물일 가능성이 높다. 사방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 설치된 창고 건물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1974년 복원된 제1망루는 성벽에서 떨어져 기와 건물터와 비슷하게 석벽으로 둘러싸인 독립 구조에 돌로 된 문틀을 갖춰 창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금정산성이 자세하게 그려진 ‘금정진지도’(1872)에 망루라는 명칭이 등장하지 않고 망대(望臺) 12곳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미뤄 망루였을 가능성은 작다. 부산박물관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건물터를 망루로 복원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금정산성을 정비·복원할 때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