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엔 부산대 앞 썸데이 공연
- “자고 일어나면 놀라운 일 생겨
- 실력파 인디밴드 더 관심을”

“자고 일어나면 놀라운 일이 생겨서 얼떨떨해요. 엘튼 존(팝 음악의 세계적 거장)이 자신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세이수미’를 소개한 것도 주변에서 얘기해서 알았어요. 잠깐 언급됐겠거니 했는데, 코너 제목을 아예 ‘Introducing Say Sue Me(세이수미 소개하기)’로 잡고 그날 방송 전체를 할애했더라고요. ‘끝내주는 밴드’로 저희를 소개했던데… 아유, 기분 장난 아니죠(웃음). 신기하고 신나요. 관심이 조금씩 실감도 나고요.” (최수미)

	유럽 투어 공연을 앞둔 세이수미 멤버들이 광안리해수욕장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병규(기타), 하재영(베이스기타), 최수미(보컬·기타), 김창원(드럼) 씨.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 밴드 ‘세이수미’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영국 투어 콘서트,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음악축제 ‘SXSW(South by Southwest)’에 초대됐던 세이수미는 지난 13일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끝내고 35일간의 유럽 투어 콘서트를 떠났다.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연주한다. 출국 직전 광안리 해변에서 세이수미를 만났다.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스, 메탈리카 등 전설적인 뮤지션이 연주했던 런던의 명물 ‘100 클럽’에는 “이미 서 보았다”고 장난스럽게 자랑하던 세이수미는 “영국 브라이튼에서 5월에 열리는 페스티벌 ‘TGE(The Great Escape)’ 공연장이 바다 한가운데 있는데, 사진으로 보니 정말 예쁘더라. 가장 기대되는 무대다”고 설렘을 전했다.

‘바다와 맥주’. 광안리 해변 인근 연습실에서 음악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 세이수미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파도 같은 사운드, 청량하고 나직한 보컬은 듣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바다를 눈앞에 두고 앉은 듯하다. ‘서프 록(Surf rock·1960년대 캘리포니아 해변문화에서 시작된 록음악)’을 지향하는 세이수미 음악의 바탕은 곧 부산 바다인 셈이다.

2013년 결성 이후 부산의 펍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해 온 세이수미가 본격적으로 해외 팬과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즈음이다. 수년 전 세계 곳곳 인디씬을 영상으로 남기는 미국인 다큐멘터리 작가가 세이수미의 활동을 기록했고, 이를 본 영국의 한 인디 레이블(공연기획사)이 세이수미의 페이스북으로 연락해 온 게 시작이었다. 이듬해 계약과 함께 영국투어를 했고, 꾸준히 해외 음악 팬들에게 세이수미가 노출되며 공연기회가 잦아졌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벨로주에서 열린 2집 발매 콘서트 모습. 세이수미 제공

관심을 끄는 세이수미의 강점 중 하나는 영어로 된 가사이다. 세이수미는 대부분 노래를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영어로 부르는데, 쉽고 단순한 문장이라 한국인과 외국인 팬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수미 씨는 “우리 팀 멤버 모두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인디 밴드들이 그렇겠지만, 해외 뮤지션 음악을 자주 들어 영어 가사가 부르거나 쓰기에 더 쉽다. 그래서 ‘엉터리 영어’라도 써서 우리 노랫말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외국인 친구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영어를 잘 하는 줄 아시는데, 최근 해외 방송과 인터뷰 등에서 실력이 들통나고 있다”고 웃었다. 기타와 작곡을 맡는 김병규 씨가 “여기에 1990년대 인디락 스타일이 적절히 가미되고, 서프 음악의 작법과 색이 입혀지며 세이수미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과거에 대한 향수와 서프록에 대한 흥미가 세이수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쩍 높아진 관심과 바쁜 공연 스케줄은 여전히 “얼떨떨”하단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 ‘요 라 탱고’와 트위터 ‘맞팔’ 사이가 돼 짜릿하고, 예전보다 유명해진 것도 느끼지만, 한편으로 크게 달라지진 않은 생활이다. 여전히 연습하고, 무대를 찾고, 생계도 고민한다. 세이수미는 부산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을 특별히 당부했다. 편하게 영화 보러 가듯, 관심을 조금만 돌려 공연장도 찾아달라고 말이다.

“부산에 실력 있는 팀이 정말 많으니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부산 분들이 공연에 와 주시면 더 힘을 얻으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유럽에서 좋은 기운 받아 돌아오겠습니다. 5월 말에 귀국해, 6월 2일에 부산대 앞 썸데이에서 공연해요. 더 자세한 정보는 페이스북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웃음).” 세이수미, 더 높이 날기 시작했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