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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때론 인간을 공격하기도 하는 등 폭악한 성격을 가진 범고래(왼쪽)와 포유류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영장류(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독을 가진 시드니깔때기그물거미. 부키 제공 |
충격적이다. 놀랍다. 그리고 무섭다.
자연의 배신은 '제목이 탁월하다'는 감탄이 나올 만큼 배신감을 안긴다.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셔널지오그래피' 수준의 내용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내용으로 흘러간다.
저자는 박쥐 전문가이자 생물학자이며, 디스커버리 캐나다에서 방영하는 세계 유일의 일일 과학 프로그램 '데일리 플래닛'의 공동 진행자다.
박쥐를 찾기 위해 정글을 누비던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의 정수리 뒤쪽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명 '말파리 애벌레'라고 불리는 그놈은 살포시 침투해 무럭무럭 자라 저자의 머리를 쪼기 시작한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아 꺼낸 그놈은 불과 몇 밀리미터에 불과했다. 그 일을 겪은 후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매우 아름답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광고회사의 상술 덕분에 인간은 자연이라면 무조건 '친환경' '무공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자연은 생존을 위한 잔인함과 추악함이 도사리는 전쟁터였다
책은 수백 종의 다양한 동식물을 통해 자연의 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 색욕, 나태, 탐식, 질투, 분노, 오만 등 인간의 7가지 죄악에 자연을 투영해 자연의 욕망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탐욕'편을 살펴보자. 우리에게 온순한 초식동물로 친근한 얼룩말이 사는 방법은 사자보다 빨리 뛰는 것과 자기가 아닌 다른 먹잇감으로 주의를 끄는 것이다. 무리를 지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펭귄은 사실 가장 따뜻한 자리를 지키려고 자리싸움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미의 자궁에 있는 난낭을 깨고 나오는 샌드타이거상어는 생존을 위해 두 번째로 큰 난낭을 먹어치워 최대 경쟁 상대를 없애버린다.
저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자연은 쉼 없이 변화하는 복잡하며 뒤얽힌 역동적인 삶과 죽음의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로 느껴질 만큼 생존에 집착하는 생명체가 자신의 DNA를 남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처절할 정도다.
그들의 막장 드라마는 때론 인간과 닮았다. 식탐에 사로잡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육식 생쥐처럼, 자기가 살고자 다른 생명을 짓밟는 모습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대자연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찾아야 할 진정한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