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병 아들 둔 작가 아버지
- 다큐멘터리물인 듯
- 건조하고 담백한
- 그래서 더 절절한 육아기
1994년 일본에 두 번째 노벨문학상을 선사한 문호 오에 겐자부로. 1964년 발표한 '개인적 체험'은 뇌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의 장남과 관련된 체험적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것인지, 수술해서 생명만은 건질 것인지에 대한 선택 앞에서 고뇌한다. 불과 23세에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던 지성인 오에 겐자부로도 아들의 장애 앞에서 인간적인 고민과 이기심을 드러냈다. 그는 소설을 통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용기 있게 커밍아웃했고 그래서 여전히 문호로 존경받는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닉 부이치치. 선천적으로 팔다리 없이 태어난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희망전도사로 활약한다. 한때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해 자살까지 시도했던 닉 부이치치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이겨내고 이제는 오히려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
달나라 소년. 이름도 생소한 CFC 증후군(심장-얼굴-피부 증후군, cardiofaciocutaneous syndrome)을 앓고 있는 워커(사진) 이야기다. 워커가 생후 7개월 때 진단받은 CFC 증후군은 의사들조차 배우고 있는 희귀병이다. 처음 워커가 진단받을 당시 전 세계에서 CFC 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8명뿐이었고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환자는 100명 남짓에 불과하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이 병의 원인에 대해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아 의사들은 '고아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증상을 보면 심장 기형·확대와 계속 들리는 심장 잡음, 튀어나온 이마와 아래로 처진 눈 등의 안면 기형, 피부 이상 등이다. 워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발달 장애를 동반해 13살이 될 때까지 1살 아이 정도의 지능이다. 워커의 상태는 평생 지속하며 24시간 돌봐야 생존할 수 있다.
저자는 워커의 아버지다. 그는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2007년 자신이 근무하는 신문에 아들 이야기를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9년 책으로 출간해 캐나다 3대 문학상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는 2011년 올해의 책 TOP 10으로 선정했다.
이 책이 평가를 받는 것은 저자의 태도 때문이다. 억지로 감동을 주기 위해 눈물을 찍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출간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저자 역시 오에 겐자부로처럼 아들의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 심지어 바꿀 수만 있다면 학교에서 C를 받아오는 평범한 아이와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도 거침없이 한다. 그리고 워커를 돌보기 위해 아내와 돌아가며 거의 밤을 새우면서 받는 고통, 치료비에 대한 고민까지 털어놓는다.
결국 워커는 9살 때 장애인을 위한 전문 시설인 그룹홈에 입주한다. 그때 저자는 자식을 자기 손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병든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해 요양병원에 맡기는 자식들이 느끼는 심정과 비슷하다.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곳곳에 배여 있는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워커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워커는 불완전함과 취약함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는지 증명하는 존재이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는 여러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고, 진정한 기쁨을 느끼게 해 주며, 자칫 흘려 버릴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끊임없이 알려 주는 존재다."(2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