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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거가(巨歌巨街)가 뜬다 <1> 프롤로그

역사·문화 향기 그윽한 대청로…큰 노래 퍼지는 큰 거리로 되살리자

문화행동, 다시 그리는 부산 문화역사지도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3-05-29 19:30:1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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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수도기념관에서 바라본 거가거가.
국제신문은 '문화행동'과 함께 '거가거가(巨歌巨街·Great Song Great Street)가 뜬다'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번 시리즈는 부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현대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였던 부산 대청로 일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 최근 침체한 부산의 공연예술 문화를 되살리고 아울러 근현대 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 동아대 부민캠~수미르공원
- 과거 대한민국의 중심지

- 정부·법조 주요 기관들 상주
- 다방·음악감상실 등도 밀집
- 예술인들 문화 꽃피우기도

- 문화예술 공연장 집적 시급
- 북항 오페라하우스 연계땐 부산 문화역사지도 대변화

■대청로의 역사와 문화를 아시나요

한때 한두 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유행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쫌~', 사직야구장에서 즐겨들었던 '마!' 등을 들 수 있다. 또 있다. '그곳이 그곳이었어?'라는 말을 줄여 쓴 '거가거가?'도 빠지지 않았다. '거가거가?'는 특정한 장소를 평소 알고 있었는데 뒤에 그 장소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서 되물을 때 많이 쓴다.

최근 원도심으로 서서히 잊히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부산 서구 부민동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시작해 중구 중앙동 수미르공원까지 연결된 대청로다. 대청로의 과거를 알고 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동아대 부민캠퍼스 내 동아대 박물관은 6·25전쟁 시절 임시수도 청사로 사용돼 정부 주요 기관이 밀집해 있었으며 인근 임시수도기념관은 이승만 대통령이 생활했던 부산 경무대였다. 또 동아대 부민캠퍼스 내에 대법원 등 주요 법조 기관이 상주했으며 대청로를 따라 국세청의 전신인 사세청과 미국 대사관 역할을 했던 미국 공보원(현 근대역사관), 한국은행 등이 늘어서 있었다. 대청로의 끝 수미르공원 인근에는 부산세관과 1953년 11월 대화재로 소실돼 현 위치로 옮기기 전의 부산역이 부산의 관문 역할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 골목, 중앙동 40계단, 근대 기상 역사의 산증인인 부산기상관측소도 대청로에 몰려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광복동과 남포동, 대청동, 동광동 일대는 6·25전쟁 때부터 1970년대까지 다방과 음악감상실로 유명했다. 다방은 그냥 다방이 아니었다. 부산으로 피란 온 당대의 최고 문인, 화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이 밀집한 장소였다. 그래서 등장한 소설이 그 유명한 김동리 선생의 '밀다원 시대'였다. 다방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시 낭송회, 전시회, 음악회, 연극 등이 벌어진 종합 예술 공간이었다. 한때 다방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 예술이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다방뿐만 아니라 오늘날 부산 연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음악감상실과 예식장 등이 집중된 곳이 바로 대청로 일대다. 이 정도면 '거가거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만하다.

■대청로는 '거가거가(巨歌巨街)'

이제는 대청로가 아니라 거가거가(巨歌巨街·Great Song Great Street)로 옛날의 영광을 되살려야 한다. 부산을 울리는 큰 노래가 퍼지는 큰 거리로 부활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문화예술인과 역사학자들의 책임이다.

거가거가로 부활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화예술 공연장 집적이다. 예전 대청로 일대에서 다방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문화의 향기를 21세기에 재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의 대학로나 미국의 브로드웨이처럼 공연장을 모으는 것이 급선무다. 언제든지 찾아가기만 하면 각종 공연이 기다리고 있는 그런 곳으로 꾸려야 한다. 그래서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들끓는 곳으로 변신한다면 부산의 문화예술은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마침 부산시가 거가거가의 핵심 지역에 위치한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 건물은 천장이 높고 실내에 큰 기둥이 없어 공연장으로 적격이다. 시도 한국은행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를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또따또가에는 극단 시나위 등 몇몇 연극단체가 입주해서 활동 중이다. 또따또가와 연계하면 창작과 공연이 한 공간에서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수미르공원 인근 부산항 북항 재개발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북항 재개발 지역은 부산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와 때를 맞춰 거가거가가 문화역사의 거리로 부활한다면 부산의 문화역사지도는 다시 쓰일 것이다.


# 거가거가의 부활 '문화행동'이 앞장선다

- 다방서 문화갈증 푼 원로 연극인, 침체에 빠진 연극계 활성화 나서
- 일회성 구호 아닌 근본대책 고심

   
'문화사랑방'으로 유명했던 부산 중구의 강나루, 계림, 양산박 앞에 선 문화행동 회원들. 왼쪽부터 김문홍, 김동규, 신태범, 이성규 씨.
'문화행동'이 일어섰다.

본지의 새로운 시리즈 '거가거가가 뜬다'에는 '문화행동'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문화행동은 침체에 빠진 부산 연극계를 부활시키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연극인들의 모임을 말한다.

여기에는 부산 지역 원로 연극인 김동규(77) 전 경성대 교수와 소설가 겸 극작가 신태범(71) 씨, 극작가 겸 연극평론가 김문홍(68) 씨, 부산의 중견 연극인인 부두연극단 이성규(64) 대표, 문석봉(60)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젊은 연극인인 극단 맥의 이정남(45) 대표, 프로젝트팀 이틀의 김지용(36) 대표, 몽키프로젝트 오리라(30) 대표 등 8명이 동참한다. 이들은 위기론이 팽배한 부산의 연극과 공연예술의 부활이라는 책임을 짊어졌다.

최초 구상은 신태범 씨와 문석봉 감독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따지고 보면 김 교수부터 문 감독까지의 세대는 다방을 순례해 다방 문화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다방에서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만났고 그곳에서 직접 공연까지 했다. 또 다방의 구석 자리에서 희곡을 썼으며 전시회와 실내악을 보고 들으면서 문화 갈증을 풀었다. 이들이 거가거가의 부활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가거가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문화행동이다. 이름 속에는 예전 영광에 대한 그리움과 그것을 몰라주는 현재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문화행동은 단순히 옛것을 되살리자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부산 연극을 이끌어가야 할 젊은 연극인들이 거가거가의 미래 비전을 고민하고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총론 수준의 일회성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콘텐츠까지 고심하겠다는 뜻이다.

문화행동의 출범 의의에 대해 신 씨는 "최근 각 구·군에서 앞다퉈 문화 거리를 만든다든지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하면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먼저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각 지역별로 문화적 역량을 모으고 지역에 맞게 특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이어 "과거 전통과 미래 비전까지 고려한다면 앞으로 부산 문화의 핵심 지역은 해운대가 아니고 거가거가다. 지금부터 거가거가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후원:동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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