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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7> 조선통신사와 음악

화려한 조선 취타악대 행렬, 일본 '마쓰리(축제)'를 잉태시키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11 18:52:2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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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1711년의 수행악대(일부). 앞에는 해금, 북, 피리, 장고, 대금, 징이 보이고 이어 악대의 수장인 전악이 뒤따라간다. 아래 사진- 1711년의 수행악대(일부). 앞으로부터 나발, 나각, 태평소, 자바라, 북의 순서이다. 나발을 부는 이들은 쓰네이시 하리코 인형의 모델이 되었다.

- 관악기· 타악기 연주자들 앞세워
- 낯선 옷에 낯선 음악, 장대한 행렬
- 지나가는 곳마다 문화적인 충격
- 미에현·오카야마현 우시마도 등서
- 아직까지 전해오는 당인춤·당자춤
- 통신사 수행악대서 모방, 이어와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남긴 춤

조선통신사 행렬은 행렬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구경거리가 되었다. 청도기를 앞세우고 정사와 부사에 이어 수백 명에 달하는 행렬이 각각 차려입은 옷은 시선을 끌 만했고, "뚜 뚜" 불며 연주하는 취타 악대의 음악은 새로운 문화체험의 현장이 되었다. 통신사가 왕래하는 연도 부근의 사람들은 조선 사신들의 행렬을 그림으로 그렸고, 그 행렬을 모방한 또 하나의 행렬인 마쓰리 계통의 축제도 이내 만들어졌다.

현재 일본에 전하고 있는 당인(唐人) 행렬과 당자(唐子) 춤은 조선통신사 행렬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문화유산이다. 한때 당인 혹은 당자라는 이름이 '당(唐)' 자를 쓰기 때문에 중국과 관련된 것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사용되는 '당'은 '외국'의 개념으로도 쓰인다. 당인을 조선인이라는 의미로도 쓰기도 했다.

   
연향에 참여하는 취수의 모습.
당인 춤 행렬은 1636년에 쓰하치만궁(津八幡宮)의 제례 일부로 시행되었는데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다시 복원, 전승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연행되는 당인 춤 행렬은 조인샤(町印車)를 선두로 하여 대기(大旗), 청도기, 나발, 춤, 피리, 징, 대고, 소고 등 스무 명 넘는 인원이 동원돼 참가한다. 이들은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가면을 쓰고 행렬에 참가하는데, 매년 10월의 축제에서는 일본 가가쿠(雅樂)의 하나인 에텐라쿠(越天樂)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미치야바시'라는 음악에 맞추어 행진한다. 이틀간 걸쳐 300호 이상의 집을 방문한 후 춤을 추는 방식으로 연행한다. 이는 1991년 미에(三重) 현 무형 민속문화재로 지정받았다.

당인 춤은 엄숙한 신사의 의례적인 요소가 강한 신악(神樂)과는 달리 축제의 기분을 북돋우는 예능이 되었다. 당인이 되어 춤추는 사람은 대개 젊은 사람이 맡았다. 또 오곡 풍요를 빌면서 춤을 추는 것으로 보아 농경사회에 특유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인 춤 계열은 메이지시대 초기까지 히로시마 현을 위시한 각지에 있었다고 하는데 통신사가 여러 차례 왕래한 도카이도(東海道)의 미에 현, 기후 현, 아이치 현 등에서 특히 성행한 것은 조선통신사 행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낯선 문화가 낯선 땅에 유입되어 새로운 문화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오카야마(岡山) 현의 우시마도(牛窓)에는 통신사 행렬 가운데 소동(小童) 2인이 대무(對舞) 하는 것을 보고 만든 당자용(唐子踊), 즉 당자 춤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가라코 춤'이라 부른다. 특히 우시마도에서는 소동들의 활동이 큰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그곳에는 조선통신사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어 관련 자료를 만날 수 있다.

통신사에서 소동의 역할은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나이 어린 소년이 간간이 추는 귀여운 모습의 춤은 수 개월간의 여정에 지친 사행길에서 청량제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당자 춤은 소년 2인의 대무로 연행되는데, 특별한 기교가 필요한 춤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주로 두 팔과 다리를 활짝 펴거나 몸을 돌리거나 하는  동작이 특징적이다. 춤을 추는 소년의 의상이라든지 춤의 끝 부분이 반드시 세 박자로 마무리하는 점이 조선통신사의 소동춤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의 수행 악대

   
우시마도 소재 조선통신사 기념관에 소장돼 있는 가라코 춤 인형. 송지원 교수 제공
조선통신사 행렬에 수행하는 악대의 규모와 악기를 보자. 수행 악대는 시기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태평소와 나발, 나각 등의 관악기, 장고, 징, 자바라, 대고와 소고 등의 타악기가 필수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들 악기보다 전문적인 연주 기량이 있어야 하는 해금과 대금, 피리 등이 수반되었다. 후자는 음악성이 더 나은 사람들이 연주하는 악기다. 행렬에서 악대는 국서의 앞, 정사와 부사의 뒤쪽에 30~40여 명이 동원된다. 때론 거문고와 가야금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가 포함되기도 했는데, 이들 악기는 행렬이 이동할 때는 연주하지 않았고 고정된 장소에서 연향을 위한 음악을 주로 담당하였다. 이처럼 조선통신사 수행악대와 앞의 쓰하치만궁의 당인 행렬에서 보이는 악기를 비교해 보면 당인 행렬의 악기는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적인 연주 기량이 필요한 해금, 대금, 태평소와 같은 악기들이 긴 기간 그대로 전수되어 남기는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통신사를 수행하던 악대의 모습은 오늘날 '쓰네이시 하리코 인형(張り子人形)'이란 일본 인형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인형 제작자가 쓰네이시에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쓰네이시 하리코 인형은 목형(木型)에 종이를 발라 말린 후 목형은 빼내고 그 위에 조개껍데기를 갈아 만든 흰 빛의 안료를 칠한 위에 다시 채색하여 만든 자그마한 인형이다. 수염이 있는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옷의 빛깔은 붉은색과 푸른색, 검은색으로 되어 있고 손에는 누런 빛깔의 관악기 하나씩을 들고 있는데 악기가 길어서 오른발 끝 부분까지 내려와 있다. 15㎝ 정도 되는 자그마한 크기의 이 '나팔 부는 남자' 인형은 메이지시대 이후 현재까지 3대째 가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제작자는 이 인형이 무엇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손에 들고 있는 악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채 계속 만들어 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조선통신사 연구의 초기 인물인 신기수(辛基秀) 선생에 의해 이 인형이 조선통신사를 수행한 악사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악기 모양으로 본다면 관악기인 '나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나발은 한 음만 소리 낼 수 있고 신호용으로 많이 쓰이는 군대용 악기로서 행진 음악인 취타(吹打)를 연주할 때 많이 쓰였다.

통신사 행렬은 일본 땅 어느 곳에 가더라도 그곳 분위기를 압도했음을 알 수 있다. 거대한 인원의 행렬이 전혀 보지 못했던 낯선 옷을 입고, 낯선 음악을 연주하며 장대한 행렬을 이루고 행진하는 이국적인 모습은 그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고, 그 행렬은 마쓰리의 자원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음악인들의 모습은 인형으로 다시 재현되었다. 그리고 그 인형은 지금도 여전히 제작되어 사람들 곁에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문화전파 양상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으며, 문화의 긴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다.

■조선통신사가 감상한 일본의 궁중음악

   
조선통신사는 에도가 최종 목적지이다. 에도에서는 왕의 국서를 전달하는 전명의가 행해진다. 전명의를 행한 후에는 통신사가 참여하는 가장 성대한 연향인 상마연이 열린다. 여기에서는 일본의 궁중음악인 가가쿠를 감상할 수 있다. 가가쿠는 한국과 중국에서 전래한 고마가쿠(高麗樂)와 도가쿠(唐樂)를 아우르는 것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정착된 음악이다. 통신사가 접한 가가쿠 중에는 고대 한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1711년의 상마연에서 연주되었던 곡 중 장보악, 인화악, 고소조, 임가, 납증리 등의 다섯 곡은 현재 일본의 궁내청에서도 여전히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처음에 전승되었던 형태 그대로 연주되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이를 통해 문화전승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시 사행 때 고마가쿠를 연주한 이들 가운데에는 백제인의 후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후손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자신이 백제의 후손임을 자처하며 살고 있다. 역사란 흐르는 것이며 그 흐름은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문화의 유입과 전파의 결과는 늘 열려 있으며 새로운 문화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지금 이 시대' 문화의 교류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송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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