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정상들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격화되던 미안마 유혈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 정상회의장 인근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 연합뉴스

아세안은 24일 자카르타 아세안 사무국 청사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얀마 민주진영과 국제사회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정치범 석방 문제는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요구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반영됐다.

이날 특별정상회의에는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직접 참석했다. 미얀마를 제외한 9개국 가운데 태국·필리핀·라오스 등 3개국 정상은 불참했다. 외교부 장관들이 대신해 자리에 참석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다른 정상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대부분 수용했고, 그 결과 의장 명의 성명이 도출됐다.

아세안은 ‘내정 간섭 불가’라는 원칙에 따라 본래 회원국의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미얀마 유혈사태가 심각해지자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정상회의가 열렸다. 브루나이 국왕인 하사날 볼키아 아세안 의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아세안 가족으로서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면밀히 논의했고, 사망자 발생과 폭력 사태 확대 등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는 아세안의 건설적 역할을 인정했고, 의장성명에 첨부된 5대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회의 발언에서 미얀마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데만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얀마 시민과 민주진영은 “반인륜 범죄자, 살인자를 초청했다”며 흘라잉 최고 사령관의 정상회의 참석 자체를 반대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해 초청했을 뿐 정부 수장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아세안은 미얀마 사태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아세안 하사날 의장과 림 사무총장은 머지않은 시일 내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와 민주진영 간 대화를 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