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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전 부산시장(왼쪽)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지난해 10월 31일 면담에서 생곡마을 소각장 이전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 김도읍 의원 홈페이지 캡처 |
- 행정절차·공문 등 대다수 빠져
- 보고 등 시의회·주민 패싱 의혹
- 절차적 정당성 상실 혼란 불러
전재수 부산시장이 재추진을 선언한 강서구 생곡마을 광역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사업(국제신문 지난 4일 자 2면 보도)이 전임 시장과 김도읍(강서) 국회의원 간 구두 합의만으로 정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임 부산시정은 합의 전후 필수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근거를 남겨뒀어야 했지만 이를 확인할 주요 공문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3000억 원이 넘는 대형 시책 사업을 법적·행정적 근거 없이 멈춰 세우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주민과 행정 현장에 혼란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소각장 사업이 중단될 때 정상적인 과정에서 이행해야 할 공식 지시 문서 작성, 시의회 공식 사전 보고, 협의 내용 공식화 단계 대부분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박형준 전 부산시장은 지난해 10월 31일 해당 의원과 만나 “의원님과 주민이 반대하면 추진이 어렵다. 제3 부지를 찾아보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의원실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고, 시는 진행 중이던 소각장 타당성조사 용역을 정지시켰다.
소각장 부지를 변경하려면 법령에 따른 엄격한 행정절차가 필수다. 도시관리계획 입안, 주민 열람·공고, 주민 의견 청취, 관계기관 협의,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변경 결정·고시를 다시 거쳐야 한다. 사업비가 3158억 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 부지를 바꾸는 일이기에 사전·사후 내부 절차 역시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담당 부서인 환경물정책실에 대안 검토를 문서로 공식 지시하고, 실무 부서는 매몰비용과 환매권, 예산 영향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시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 시장·국회의원 협의 결과 보고서와 시의회 상임위원회 사전 보고, 주민 대상 공식 설명회와 문건도 필요하다.
그러나 주요 단계 가운데 공식 지시 문서 상당수가 없었다. 시장과 국회의원 간 협의 결과를 정리한 내부 문서는 없었고, 담당 부서 실무진은 사전에 계획을 공유받지 못했다. 김 의원실 홈페이지 내용을 보고서야 사업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문을 통한 사후 지시도 없었다. 내부 검토보고서 역시 실무 자료일 뿐 시장이나 부시장 결재를 받은 공식 문서 형태가 아니었다. 김 의원실 홈페이지에는 투명한 논의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졌으나 부산시 차원의 주민 설명회나 공식 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시의회 사전 보고도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10일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시의원은 “시장과 국회의원 간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재검토 협의가 있었으나 실무진 차원에서 엇박자가 났다”며 “윗선과 아랫선 엇박자로 혼선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해 12월 1일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짚었다. 당시 담당 실장은 “기억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시의회에 공식적인 문건을 통한 보고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공직자는 “3000억 원이 넘는 대형 시책 사업을 공식 문서나 법적 절차 없이 구두 합의만으로 중단한 행위는 법치주의와 책임성을 무너뜨린 처사”라며 “시스템을 무시한 정치적 접근은 행정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매몰비용과 재정 피해는 결국 시민 부담으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