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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서 수산가공社 대표로…“새벽 경매부터 배웠죠”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14> 나라수산 오용환 대표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2-11-08 18:40:42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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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년 부산은행 입사 33년 근무
- 별다른 대책 없이 56세에 명퇴
- 냉혹한 현실 만나 방황한 끝에
- 고등어가공업 ‘진로’ 결단 내려

- 공장 화재 등 위기도 많았지만
- 뼈깎는 노력으로 회사 일으켜
- 창업 4년차 매출 40억대 예상


◇ 오용환의 인생Tip

- 늦은 나이란 없다. 목표를 잡고 야생마처럼 헤쳐나가라


나라수산 오용환 대표가 고등어 손질 작업장을 배경으로 자체 개발한 ‘고등어의 품격’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 절실히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데 안정된 직장생활만 해왔던 사람이 치열함만으로 기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좋은 사례가 있다고 해서 방문한 곳은 부산 사하구 감천동 고등어 가공회사인 나라수산. 반겨 맞은 이는 서글서글하고 인상 좋은 금융인 출신 오용환 대표다. 그는 올해 매출 40억 원을 내다보며 무한 질주 중이란다. 그는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회사를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자반고등어와 순살 고등어를 제조 생산하는 전문기업입니다. 2019년 4월 창업 첫해 10억 원대를 시작으로 2년 차에는 20억 원대, 3년 차에는 3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4년 차인 올해에는 40억 원 이상 달성할 것을 예상합니다. 현재 몽골과 중국에 물량 수주를 앞두고 있으니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하셨나요?

▶저는 56세까지 부산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습니다만 사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나왔습니다. 좋은 실적으로 은행에서 특진도 했지만 퇴직 시점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만큼 2부 인생 준비에 대해서는 소홀했었습니다.



은퇴 후 오 대표는 두 군데 회사의 부사장으로 초빙되어 근무했다. 그런데 회사를 몇 번 옮기는 과정에 있었던 공백기에는 정신적 위기감도 심했다.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돌이켜 보니 이 시기를 잘 넘기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고 떠올렸다.



-다행히 시련 속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군요.

▶많은 생각과 고민으로 지쳐있던 어느 날 고등어 제조가공업으로 꽤 유명한 지인에게서 고등어 제조가공업을 제안받았습니다. 고등어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었던 터라 고민도 했지만 결국 2부 인생에 용기를 냈어요. 그래서 새벽 5시 부산공동어시장의 경매 현장에 나가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60세였어요. 지인의 작업장에서 몇 달간 공정을 하나하나 체득하며 기술을 배우고 공부했지요.



-그때부터 이렇게 잘 되었나요?.

▶세상에 쉽기만 한 게 어디 있나요? 큰 위기도 있었지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속도를 내야 할 때쯤이던 지난해 1층의 화재로 4층 우리 공장이 완전 전소되어 버렸어요. 화재 현장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 참혹했어요. 공장장을 잃는 인명 사고까지 있었기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어요. 다행히 거래처의 신뢰를 놓치지 않았고 전 직원이 애써주신 덕분에 2개월 만에 재가동하게 되었지요.



-그런데도 단기간에 기업을 일으키신 비결이 있겠죠?

▶저희는 더욱더 연구하고 노력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수산업계에 거래처는커녕 아무런 기반 없이 시작했으니 뼈를 깎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야 했죠. 핵심은 거래처 확보였습니다. 그래서 경기 포천에서부터 전남 목포까지 전국 수산도매시장 유통회사 도매판매점 유명시장을 전부 조사하며 회사와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습니다. 5번이나 전국을 다니며 정성을 들이니 다들 기존 거래처가 있었지만 반응을 보여 주시더군요. 평일은 새벽에 공동어시장 경매일부터 시작해 회사 일을 보고 주말에는 전국을 다니며 거래처를 뚫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힘들지 않았냐고요?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했지만 목표를 명확히 했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반드시 결실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신나게 일했습니다.



-또 다른 비결도 있겠지요?

▶제가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시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부산대 경영대학원 MBA, 한국해양대 동명대 부산외대의 AMP, 국제신문 아카데미, 그리고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에서 위원회 활동을 하며 맺은 네트워크가 많죠. 요즘은 부산상공회의소의 글로벌 경제인 과정, 부산경제조찬포럼 등에서도 많이 배우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지인들과 주고받는 좋은 에너지는 늘 크나큰 힘이 됩니다.



나라수산 김양희 공동대표가 직접 디자인해 상표명 특허를 받은 ‘고등어의 품격’ 시리즈.
대개 지인이 많을수록 관계 밀도는 옅어진다. 명함을 수천 장 뿌려도 허전한 이유다. 그래서 인맥이 효과 있으려면 단순히 알고 지냄을 넘어 욕구가 상호충족되어야 한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개념을 만들어 낸 미국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퍼트남(R. Putnam) 교수는 관계에는 신뢰와 애정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오용환 사장은 ‘마당발’이라 들을 정도로 지인이 많았는데, 어떤 때는 집으로 초대해 교류의 깊이를 더했다. 3, 4년 사이에 일약 번창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내도 늘 함께하셨다고요?

▶대학 강의를 하던 아내는 잠시 쉬면서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동대표입니다. 전국을 5번 이 잡듯이 다닐 때 제 아내인 김양희 대표가 운전을 담당했습니다. 제가 차 안에서 통화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배려한 겁니다. 아내는 이해심이 많고 지혜로워 제게 늘 힘과 용기를 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현재 작업자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치도록 하는 일을 도맡고 있는 김양희 대표는 모든 포장물과 박스도 직접 디자인했다. 전문가 수준이다. 그녀는 남편이 사업을 생각할 때 “하지 말라”보다 “제대로 해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오용환 대표의 장점을 말해보라고 하니, 열정 결단력 낙천성 긍정성 건강 순발력 추진력 등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요즘 말로 두 사람은 ‘케미 100%’였다.



-(김양희 대표에게) 인생 이모작을 준비 중인 독자들이 오용환 대표에게서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알맹이가 있을까요?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등어’를 목표로 품질을 우선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창업 단계에서부터 해썹(HACCP) 인증을 받는 등 책임 의식이 확고했어요. 제가 ‘고등어의 품격’이란 상표명을 붙였는데 세척과 간을 하는 방식을 신뢰할 수 있게 해서 기업인으로서 자세가 최고였어요. 또한 저는 오 대표의 집요함을 존경합니다. 거의 모든 시간 모색하고 연구하더군요. 타고난 친화력이 영업력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그렇지 못한 저로서는 신기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남과 같이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 오용환 대표의 좌우명이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화초처럼 지내다가 비바람 치는 초원에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몇 번의 도전 끝에 이제 자기 일을 잡았다. 자기 자본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서 자기자본이란 사회경제학자 브루니(L. Bruni)가 말한 관계재(Relational goods), 즉 가족애 우정 동료애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이 관계재를 양질의 경제재로 환원할 수 있도록 잘 구조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인물 유형은 재화와 함께 인생 행복을 동시에 거머쥐니 김장철 배추같이 알차다.


▶해썹(HACCP)

오용환 대표가 받은 해썹 인증서.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원재료 생산 제조 가공 보존 유통을 거쳐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섭취하기 직전까지 각 단계의 모든 위해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를 말한다. 한국은 2006년부터 어육가공품의 어묵류, 냉동수산식품의 어류·연체류·조미가공품 등 3종, 냉동식품 중 피자류·만두류·면류 등 3종, 빙과류, 비가열음료, 레토르트식품, 배추김치(2008년 12월 1일부터) 등 7개 품목군을 의무적용 대상으로 지정하되, 현재는 전년도 총매출액 100억 원 이상인 곳으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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