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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역사선생님, 든든한 고향지킴이로 돌아오다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12> 함안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안호영 위원장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2-10-11 19:22:4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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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 교직생활 마친 후 귀향
- 주민 한마음 한뜻으로 모아
- 법수면 발전 프로젝트 이끌어
- 경관 정비하고 복지시설 확충

- 운명처럼 향토사 연구도 몰두
- 아라가야 청소년 역사책 출간
- “가야사 밖 함안사 파고들 것”


◇ 안호영의 인생Tip

- 개인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앞세워 신뢰를 얻어라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엔 한두 가지 답만 있지 않다. 유형을 들라치면 수십 개가 있을 것인데, 인생 일모작 때 도시에서 익힌 재능을 고향 발전을 위해 쏟아붓는 것은 어떨까? 이 경로는 학업과 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베이비부머가 선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도 그냥 잘되지는 않는다. 고향도, 사람도 서로의 운때가 맞아야 한다. 성공한 좋은 사례가 있다고 하여 경남 함안군 법수면 우거리의 어느 집을 방문했다.
안호영 위원장이 경남 함안군 법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짓고 있는 복합복지청사 현황을 추진위원과 주민에게 설명하고 있다.

-자기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기는 어디인가요?

▶저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 교사였습니다. 정년퇴직 후 고향에 돌아와 향토사 연구도 하고 또 지역발전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이곳 함안은 마산의 북서쪽에 위치 해있죠. 역사적으로는 아라가야의 본향으로서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곳인데, 지금은 마산의 배후지처럼 되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만나기로 약속한 가야읍 사무소 앞에 역시 전직 교사였던 부인과 함께 나온 그는 덩치가 있었다. 구릿빛으로 거을린 피부가 그의 활동성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는 경남지역에서 35년을 교사로 봉직한 뒤 2014년 정년퇴직한 인생 이모작 9년 차, 만 70세다. 첫인사에서 필자의 고향인 진주의 역사 인물을 꿰고 있어 향토역사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지역발전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요?

▶사업 명칭은 ‘법수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입니다. 농촌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마을끼리 연결하는 길을 놓거나 경관을 정비하고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죠. 2018년부터 5년 동안 추진 중입니다. 5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인데, 20억 원의 복합복지관, 15억 원의 국궁장 정비, 15억 원의 도로 보행길 정비 등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 사업의 추진위원장입니다.

-올해가 사업 마지막 해인데, 추진위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 사업은 함안군이 행정청이 되어 농어촌공사가 집행하는 형식인데, 주민들이 사업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민 20명의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습니다. 우리 추진위는 사업을 기획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관과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실제 사업 집행이 잘되는지를 점검하고 부응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생각만 해도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주민 다툼이나 관과의 마찰이 없나요?

▶순조로울 리 없지요. 초기 2년은 항상 말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공동체 발전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서 함께 협의한 경험이 별로 없잖아요. 재산권이 관련될 때는 사람들이 결사적이 되더군요. 반면 본인 재산권에 무관할 때는 아예 무관심해지고요.

-어려운 점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평생을 교사로 살아오면서 서로가 승리하는 대화 방식을 좀 알죠. 먹혀들더군요. 그리고 파사현정(破邪顯正) 정신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엄격하게 교육해 왔죠. 그 엄격함도 사실 파사현정이었습니다. 몇 번의 치열한 주민 다툼을 경험하면서 제가 괜찮은 마을지도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이 정신을 단단히 했습니다. 결국 통하더군요. 심훈의 소설 ‘상록수’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9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직에서 그는 오랫동안 상벌을 담당해 별명이‘체크 맨’이었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도 했지만 인성 지도나 학력 신장에 있어서 악역의 고생을 사서 한 사람이었다. 그 엄격함의 이면에는 공공의 입장에서 바른 것을 앞세워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요즘은 어려움이 없나 봐요?

▶이제는 신뢰가 공고해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외지의 한 기업이 우리 지역에 산업폐기물 소각장을 지으려고 했었습니다. 수억 원의 돈 공세를 하여 주민들이 상당히 동요되었죠. 재산 이익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마을 전체에는 환경 오염, 건강 위협, 이미지 훼손 등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요. 제가 총대를 메었습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법수면사무소와 함안군청에 의견을 전달하며, 소각장 설치를 결사적으로 저지했지요. 만약 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신뢰가 없었다면 실패했을 겁니다.

-향토사 연구도 하셨다더군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함안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가야시대 유적이 많다. 사진은 국립김해박물관이 2002~2004년 3회에 걸쳐 안호영 위원장의 밭에서 발굴한 4세기 후반 아라가야 승석문(繩席文, 돗자리문양) 토기 파편.
▶향토사 연구는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제게 함안지역의 향토사는 뭐랄까 저의 평생 숙제였어요. 왜냐하면 삼국시대 역사에 비해 가야사 특히 함안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아라가야에 관한 연구는 활발한 편이 못 됩니다. 이 지역 땅과 바람에 의해 육신과 영혼을 받은 제게는 책무 의식 같은 것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퇴직 후 바로 한 선배의 소개로 함안문화원 부설 향토문화연구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3부작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함안 독립운동사, 함안 인물사, 아라가야 역사입니다. 이를 청소년이 읽어야 할 역사책으로 기획했고, 2017, 2018년에는 독립운동사와 인물사를 함안문화원 이름으로 출간 완료했습니다.

-그 작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흔히 가야는 ‘신비의 왕국’이라고 할 만큼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신라 등 삼국이 완성되기 전에 서쪽으로는 지리산 너머 남원까지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넓은 땅이 600년 이상 존속했지요. 그 중 함안은 아라가야의 중심입니다. 이를 연구한다는 것은 일본을 포함해 고대국가의 국제관계를 제대로 인식하게 하지요.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는 3·1 독립 만세 의거가 경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고, 사상자가 53명에 이를 만큼 매우 치열했습니다. 지금은 지역 중심지로서의 함안의 역사가 소멸하고 창원시의 배후지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작업한 것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생각하며 고향에 정착한 안호영은 지금 1500평의 농사도 짓고 있다. 부부 교사 출신이니 현직 때보다 경제적 여유가 공고하다. 향후 10년 계획을 물으니 그는 ‘가야사 밖의 함안사’에 천착할 것이란다. 그는 자신의 카톡 대문에 습노즉신흠(習勞則神欽)이란 글자를 새겨놓고 있다. 의미인즉, 수고로운 일일지라도 응당히 습관처럼 하면 귀신도 존경한다는 뜻이다. 일모작기에 그가 고려대 대학원까지 마친 역사전공 교사였던 것은 수천 년의 까닭과 내력이 깊디깊은 함안 땅의 계시였을까? 이제 또 향토사에 노고를 다하고자 하니 그의 신중년은 활기차면서 지혜로운 청춘이다.


# 말이산고분군 세계유산 추진

안호영 위원장이 함안군 말이산고분을 배경으로 서 있다. 맨 뒤의 고분은 13호분으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으며 제일 크고 무덤의 뚜껑 돌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아라가야의 본산인 함안에는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1000기 이상 조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이산고분군이 있다. 단일 고분 유적으로는 국내 최대 면적이라 한다. 현재 군청에서는 총 37기의 고분을 지정 관리하면서 1500년 아라가야 역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고분군 인근에는 700여 년 전 생장했던 고려시대 연꽃 씨를 수습해 다시 발아시켜 만든 연꽃테마파크도 있다. 이는 고려 불교 탱화에 그려져 있는 연꽃인지라 그 가치가 깊다. 가족과 함께 주변의 함안박물관까지 가본다면 아스라한 가야역사의 깊이에 매료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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