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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7> 발현과 발생 ; 변종 인류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15 19:42:3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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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초등 5학년 때 뭔가 묵직한 왠지 엉뚱한 질문을 했었다. 해당 시대 경제 사회 문화 등은 하나도 안 바뀌는데 왜 왕조가 바뀌면 안정된 국가가 되나? 머리가 커서 알고 보니 그것은 결국 정치 문제였다. 사회적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정치란 정치권력, 즉 정권을 통해 이루어진다. 왕조가 바뀌어 정권이 안정되면 국가가 안정되는 법이다. 강력하게 통치하는 공산당 정권이 약해지면 중국도 혼란한 국가가 될 것이며, 쿠데타가 빈번한 아프리카 국가들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정권이 강해지면 안정된 국가가 된다. 이처럼 인간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힘을 행사하는 정치다. 정치의 주체인 정권(regime)은 반드시 변한다. 레짐 체인지! 이는 인류 역사에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꼭 있을 것이다.

돌연변이로 비행 유전자가 발현되면 발생할 수 있는 날개.
생명 역사에서도 체인지는 마찬가지다. 생명체가 지닌 일정한 형태인 패턴(pattern)의 체인지는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꼭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생명체한테는 어떤 pattern(형태) 체인지가 있어 왔나? 최초의 척추동물은 어(魚)류였다. 이후 몸의 형태가 바뀌어 물과 뭍 양쪽에 서식하는 양서(兩棲)류가 생겨났다. 이후 다리로 기어 다니는 데 적합한 형태를 지닌 파충(爬蟲)류가 생겨났다. 이후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데 적합한 형태를 지닌 포유(哺乳)류가 생겨났다. 이후 하늘을 나는 데 적합한 형태를 지닌 조(鳥)류가 생겨났다. 두 발로 걷는 형태를 지닌 유인원(類人猿)도 생겨났다. 그러다가 도구를 만드는 데 적합한 형태를 지닌 인류가 생겨났는데 바로 인간이다.

이처럼 생명체 형태인 패턴의 체인지를 일으키는 요인은 형태가 변하는(mutating) 돌연변이(mutation)다. 돌연변이로 인해 유전자가 바뀌면 전혀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Evolution)된다. 바뀐 유전자로 인해 생존경쟁에 더 적합한 패턴을 지닌 생명체가 발생(development)하면서… 이렇듯 진화(Evolution)와 발생(Development)을 줄인 이보디보(Evo-Devo)는 진화발생 생물학이다. 돌연변이로 인한 유전자가 밖으로 발현(Expression)되고 이에 따라 특정한 형태가 발생(Development)하는 발현발생(Ex-De) 생물학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진화는 발현-발생의 자연스런 결과다.

발현(發現, 發顯)과 발생(發生)에 따른 진화는 장구한 세월을 거치지만 중간단계를 거치며 점진적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 갑자기 시프트되며 바뀐다. 인류 역사에서 레짐 체인지가 어느 한순간에 일어나듯이 생명 역사에서 패턴 체인지도 돌연히 순간적으로 시프트되어 확 바뀐다. 물질세계에서 전자가 띄엄띄엄 양자화 되어 있듯이 생명 세계에서도 발현과 발생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분자조각들로 입자화 되어 있다. 어떤 유전자를 이루는 DNA 한 입자조각이 없어지고 새로운 한 입자조각이 비집고 들어와 그 유전자가 발현되어 특정한 형태가 발생하면 패턴 체인지 된 생명체가 된다. 가령 인간한테 비행(飛行) 유전자가 갑자기 들어와 그 돌연한 유전자가 발현되면 날개가 발생하여 날아다닐 수 있다. 변종 인간인 호모 플라잉구스다. 허황된 상상은 아니다. 다만 그 날개가 기존 인간과의 생존경쟁에 유리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진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생명의 역사는 매사 그런 식이었다. 늘 항상 언제나 변함없이 에버래스팅…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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