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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3> 보호와 보수 ; 인간 보호의 한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7-18 18:44:2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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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와 보수에서 보(保)는 사람(亻)이 아이(子→呆)를 지킨다는 뜻이다. 아이 子 모양이 변해서 呆가 되었다는 설에 따른다면 그렇다. 그래서 保는 지킬 보다. 보수(保守)는 지키며 또 지킨다는 뜻이다. 왼쪽의 진보(進步)와 견주어 오른쪽의 정치학 용어로 많이 쓰이는 보수(保守)다. 보호(保護)도 역시 지키며 또 지킨다는 뜻이다. 여러 경우에 일상용어로 많이 쓰이는 낱말이다. 자연보호 아동보호 인권보호 등등등… 생물학 용어로도 많이 쓰인다.

돌연변이로 보호하며 보수하여 종이 지켜지는 생명체.
생물에 색보호가 있다. 생명체는 색보호 능력을 어찌 가지게 되는 걸까? 용불용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령 그냥 개구리가 자신을 보호하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피부색을 바꾸어 청개구리가 되지 않는다. 역시 자연선택설로 설명이 된다. 처음엔 한 가지 색깔의 개구리였다. 이후 수많은 돌연변이들에 의해 피부색이 다른 개구리들이 생겼다. 청개구리도 나타났다. 같은 수풀에 사는 노란색이나 빨간색 개구리들이 눈에 잘 띄어 뱀이나 쥐들한테 쉽게 잡아 먹혀 거의 다 사라졌다. 청개구리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많이 살아남았다. 즉 다른 개구리들이 자연스레 도태될 때 청개구리는 자연스레 선택되었다. 색깔이 서로 다른 개구리들끼리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적자생존(適者生存)한 것이다. 그리하여 산에 청개구리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색보호가 아닌 보호도 마찬가지다. 가령 모기는 어떻게 신변을 보호할까? 산 모기들은 아직 좀 띨띨하다. 사람 눈에 잘 띄며 몸에 달라붙을 때 손으로 딱 치면 쉽게 잡힌다. 집 모기들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산 모기들처럼 둔했다. 벽이나 천정에 붙어 있어 잡기 쉬웠다. 날더라도 두 손바닥으로 탁 쳐서 잡았다. 그런데 요즘 집 모기들은 웬만해선 잡기 힘들다. 돌연변이에 의해 스텔스(stealth) 잠행 기능까지 탑재한 모기도 나타났다. 레이다에 탐지 안되는 스텔스 비행기처럼 사람 눈에 탐지 안 되는 스텔스 모기다. 불을 켜면 없다. 자려고 불 끄면 한참이 지나서야 웽하고 몰래 나타나 문다. 자기보호력이 아주 강한 모기다. 이토록 영리한 모기를 잡으려는 인간의 집요한 노력으로 집 모기들이 산으로 망명한다면 산 모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쉬울지 모른다.

이처럼 생명체들의 보호는 주로 변이를 통한 변화로 이루어진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기존 전통(傳統)을 무조건 지키려는 보수로는 보호가 어렵다. 혁신과 창조, 전환과 도약이 있어야 보호된다. 다만 정통(正統)의 가치는 굳게 보수해야 할 것이다. 지킬 건 지키는 보수를 통해 변신한다면 인간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인간이 노력하더라도 어떤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인간 변종이 생존경쟁에 적합하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도태되고 신인류 변종들이 자연스레 선택되어 살아남겠다. 아무리 인간이 인간을 보호하려 한들 속수무책일 것이다. 철학 과학 기술 예술 등 인간이 남긴 무늬인 인문(人文)은 돌연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인간이 사라지면 수풀이 늘어나니 지구는 청개구리들한테 살기 적합하게 되려나? 인간이 사라지면 모기들은 영악해질 필요가 없으려나? 다른 식으로 돌연변이 모기들이 생기겠다. 생명의 미래는? 예측 불가이며 상상 가능하다. 다만 상상 아닌 사실은? “인간도 결국 멸종한다. 아무리 지키려 보호 보수하더라도… 그 시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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