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불이 나면 얼마나 많은 소방용수가 필요할까. 소방관들은 “내연기관 차 화재 때보다 100배 정도다 더 든다”고 한다.

지난 4일 남해고속도로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에서 조립형 소화수조를 이용해 화재 진압 작업을 펼치고 있다. 부산소방 제공

지난 4일 전기차가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고 불이 나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숨졌다. 당시 부산 강서소방서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조립식 이동형 수조까지 동원했다. 전기차를 사방으로 둘러싸는 수조를 만든 뒤 물을 채워 진화한 것이다. 당시 사용한 소방용수는 2만4000ℓ(수조 8000ℓ 포함)에 달했다. 이 정도 물은 웬만한 건물 화재 진화에 쓰이는 양과 막멎는다. 소방당국은 “수조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물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화재사고 모습. 새크라멘토 소방서 페이스북 캡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소방관들은 최근 폐차 처리된 테슬라 전기차에서 계속 불이 나자 물 웅덩이를 만들어 겨우 진화했다. 충돌 사고로 폐차장으로 옮겨진 차에서 발생한 화재는 아무리 물을 뿌려서 꺼지지 않았다. 배터리 칸에서 계속 불길이 살아났다. 소방관들은 결국 배터리 자체가 물에 잠길 수 있도록 웅덩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부산에서 사용한 이동형 수조와 비슷한 원리인 셈이다.

소방관들은 트랙터를 이용해 땅을 파고 물을 채웠다. 이어 테슬라 차를 웅덩이에 집어넣어 불길을 잡았다. 소방당국이 웅덩이에 채운 물은 건물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양과 비슷한 1만7000ℓ에 달했다.

테슬라의 긴급 대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세단 모델S 배터리에서 화재가 나면 배터리에 직접 물을 뿌려 불을 끄는데 꼬박 24시간이 걸린다. 필요한 물은 1만1000∼3만ℓ에 달한다.

새크라멘토 소방서는 “실제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데 필요한 물은 7만6000∼11만ℓ에 달한다. 불이 난 테슬라 차를 웅덩이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물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테슬라 모델S가 화염에 휩싸였을 때는 미국 일반 가정이 2년간 쓰는 양인 10만6000ℓ를 쏟아 부어 불길을 잡았다. 내연기관 차는 불을 끌 때 전기차의 100분의 1 정도인 1000ℓ의 소방수가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발생한 테슬라 전기차 화재사고 모습. 새크라멘토 소방서 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