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회가 선출 등 3개안 제시
- 市, 24일까지 지자체 의견 수렴
- “민주주의 역행 철회해야" 비난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 직접 투표가 아닌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사전고지도 없이 갑자기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의견 수렴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단체에서는 “갑자기 간선제가 웬말”이라는 식의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17일 부산·울산시와 경남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과 10일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부산은 지난 9일 대구 울산 경기 충남 등과 함께 설명회에 참석했다. 설명회의 핵심은 주민이 직접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존 직선제를 변경하는 것이다. 행안부가 제시한 안은 ▷지방의회가 투표권을 갖고 지원자(지방의원 제외) 중 지자체장 선출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지원한 지방의원 가운데 지자체장 선출 ▷지자체장 선출 방식은 주민 직선을 유지하면서 지자체장의 인사 감사 조직 예산편성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등 세 가지 방식이다.

행안부는 이 세 가지 안을 특별법에 담아 선출방식을 변경하려는 지역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 주민 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가 추진하는 특별법 제정의 근거는 올해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제4조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의 특례 조항이다.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이 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는 행안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주 16개 구·군에 공문을 보내 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시는 각 구·군의 의견을 취합해 오는 24일까지 행안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1990년 시작돼 32년간 지속해 온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을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지방자치법의 취지는 지방의 집행부와 의회 구성을 주민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열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선거를 앞두고 행안부가 설명회를 한다는 자체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