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당국 관리 체계 치명타

부산 북구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사고가 일어났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부산진구의 위탁의료기관에서 6명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일이 있었다. 정부의 불안정한 백신 수급과 접종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백신 관리 체계에도 구멍이 드러나면서 방역 정책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부산시와 북구 등에 따르면 북구 덕천동의 한 병원에서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유효기간이 지난 화이자 백신을 8명에게 접종했다. 문제의 백신은 유효기간이 지난달 27일까지로 알려졌다. 유효기간이 경과한 백신을 맞은 8명은 70대 1명, 50대 2명, 30대 4명, 20대 1명으로 이 중 2명은 현재 복통과 몸살을 호소하고 있다. 구와 병원은 이들을 일주일간 특별 관리와 함께 지속적으로 부작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대상자들은 이미 혈전 발생과 심근염 등 부작용 증상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사도 진행했다.

A 씨는 지난달 30일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지난 1일 병원으로부터 ‘접종한 백신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질병관리청에도 문의해봤는데 이런 사례가 없다고 해 더욱 황당했다. 아직 별다른 부작용은 없지만, 이번 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북구보건소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일반병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하던 중 접종이 끝난 빈 백신 병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날짜를 확인하면서 발견됐다. 접종센터용 백신은 초저온 냉동 상태로 트레이에 담겨 박스 포장된 채로 유통되지만, 일반 의료기관은 냉장 상태에서 10병씩 담긴 형태로 백신을 받는다. 유효기간이 박스에는 기재돼 있지만, 병에는 생산날짜만 있어 정확한 기간을 확인하기 힘들다. 구 한경화 보건행정과장은 “일반 병원에서도 4종류 백신을 모두 접종하면서 관리하다 보니 의료기관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된 백신 3병(바이알)을 추가로 폐기했다. 시는 병원의 오접종 사실을 질병관리청에 보고하고, 중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위탁의료기관 해지 처분 등을 내릴 예정이다.

고무줄 수급과 부작용 논란에 이어 유효기간 경과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병원의 백신 접종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의 백신 효과를 유지하는 유효기간을 지켜 부작용 여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대병원 한성호(가정의학과) 교수는 “유효기간 내 백신도 간혹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을 경과한 백신을 맞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례가 더 재발하지 않기 위해 백신의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