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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점자 재능 나누고 쓰레기 줍고... 코로나19에도 선한 영향력 전파하는 이들

사하구 작은도서관자치협의회 회원 15명

점자 번역 배워 점자동화 제작 및 전시 계획

남구 최상규 씨는 광안리해수욕장 매일 청소

아침 1시간 동안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 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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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임에도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이웃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사하구의 한 단체는 장애인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섰고 남구의 한 청년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매일 아침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의 행동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희망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작은도서관자치협의회 회원들이 동화 점자 번역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도서관자치협의회 제공
부산 사하구 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들로 구성된 작은도서관자치협의회(작도회) 회원 15명은 최근 점자 동화책을 만들며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회원들은 본업이 바쁜 와중에도 8년 넘게 지역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이 점자 번역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작도회가 사하구자원봉사센터와 책문화 봉사활동 업무협약을 맺은 날 상담을 위해 센터를 찾은 점자 번역 재능기부자와 마주쳤다. 마침 책과 재능기부를 연계할 아이템을 찾고 있던 회원들에겐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작도회는 구 평생학습과에 도서관 역량사업의 일환으로 점자 번역 강좌 개설을 요청했고 결국 재능기부자의 열정 넘치는 강의가 더해지면서 6주 만에 점자를 익혔다.

수료가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동화 점자 번역에 나섰다. 이들은 사하구자원봉사센터 산하 당리동 활짝 자원봉사캠프 캠프 통해 검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점자 스티커를 만든 후 글자 옆에 일일이 부착했다. 내달 중순까지 1인당 1권씩 총 15권을 제작할 계획이다. 작도회 회원의 손을 거친 점자 동화는 작은도서관에 비치될 예정이며 오는 10월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평생교육성과공유회를 통해 전시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은 2달 가까이 100권의 점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5178만579명) 대비 시각장애인 비율은 0.48%(25만2324명)로 소수에 불과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전체 장애인 수(259만 명)와 비교하면 10%로 그 비율은 확연하게 높아진다. 현재 국내에서 점자도서는 잘 판매하지도 않고 판매하더라도 제작이 어려워서 일반도서보다 가격이 배 이상 비싸 점자도서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숙자(여·70) 회화나무작은도서관 운영위원장은 “처음엔 낯선 점자를 이해하기 힘들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자원봉사센터와 구의 협조 덕에 금방 익힐 수 있었다”면서 “책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지만 다른 도서관 행사와 다를 바 없었다. 이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능기부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최상규 씨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최상규 씨 제공
27일 오전 7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 해수욕장. 최상규(33) 씨가 30분 전부터 나와 해변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한 손에는 집게를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페트병과 음료수 캔 등 널브러진 각종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이날 최 씨가 1시간 동안 해수욕장을 돌며 주운 쓰레기 양은 약 5ℓ.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나서야 그는 휴식을 취했다.

최 씨는 지난 2일부터 광안리 해수욕장을 청소했다. 거창한 계기는 없다. 그동안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이제 남을 위한 행복을 찾아보자는 이유에서였다.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최 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성악을 배웠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행복해지고자 시작했지만 뭐든 술술 풀리지만은 않았다. ‘왜 나는 잘하지 못할까’ ‘유명해져 돈을 많이 버는 게 내가 원했던 것일까’ 하는 근원적 질문과 비관적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러다 남을 위한 행동에서 행복을 찾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 씨는 “살면서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단 생각이 들었다”며 “당장 직접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매일 찾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100일 동안 쓰레기를 주워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행동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친구들도 가끔 최 씨와 함께 쓰레기를 줍고 나섰고 다니는 복싱장에서는 쓰레기봉투를 지원해줬다. 최 씨의 행동을 매일 지켜본 한 시민은 “요즘 청년답지 않은 발상과 행동이 대단하다”며 직접 저녁을 대접하기도 했다.

해변가 청소를 시작한 후 최 씨의 몸과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본업인 물류 배달과 연기 지도를 시작하기 전 아침 일찍 쓰레기 청소 봉사를 하며 오늘 하루의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최 씨는 “쓰레기를 줍는 것은 저에게 노동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다. 청소하면서 모은 쓰레기들로 전시회를 해도 좋을 것 같아 기획 중이다”며 “다른 분들도 이 놀이에 동참하시면 모두가 밝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지원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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