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의회가 남구시설관리공단 설립 예산을 두고 파행을 거듭한 끝에 결국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무산됐다. 민생 예산 처리도 불발되면서 관련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남구의회는 지난 27일 열린 제298회 2차 본회의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산회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회기에는 남구가 제출한 2차 추경안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이 불참하면서 본회의가 무산돼 추경 예산도 처리되지 못했다.

갈등은 지난 20일 열린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남구시설관리공단 설립에 관한 예산 8억1800만 원이 삭감되면서 시작됐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4명은 코로나19가 재유행 중이고 남구국민체육센터가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로 활용되는 등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공단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철현 의원은 “방역이 강화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코로나19가 안정될 때 공단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언제 체육센터가 문을 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청장 공약 이행에만 매몰돼 다른 민생 예산을 볼모로 잡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시설공단 설립은 박재범 남구청장의 핵심 공약으로, 구는 내년 4월에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 처리 무산으로 환경미화원 휴게시설 설치, 자연재해위험지구 용역 시설 안전 점검 측정장치 구입 등 민생과 안전 관련 예산 모두 기약 없이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공단 설립도 민생을 위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공단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상태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방해하는 것은 무책임한 구정 발목 잡기”라며 “공단이 설립되면 고용 창출과 효율적인 사업 관리로 구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