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넓어 방문객 확인·체온 측정 한계
- 구, 명예지도원·방송 통해 계도 안간힘

여름철 행락지인 계곡이 코로나19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철저한 방역 수칙을 강조하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계곡은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폭염이 계속된 18일 오후 부산 북구 대천천 계곡이 물놀이를 하기 위해 찾은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18일 부산 북구 화명동 대천천 일대는 북새통이었다. 대천천은 여름철이면 물놀이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장소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였음에도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자주 연출돼 집단감염의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높인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대천천과 가까운 73면 규모의 마을공동주차장에는 ‘만차’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화명수목원 주차장도 일찌감치 차량이 들어찼다. 대천천에는 지난 주말인 11일 하루에만 7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고, 이날도 비슷한 수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무더위가 본격화하면서 주말 내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계곡도 방역 수칙에 따라 ▷물놀이 중에도 마스크 착용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차양 시설 2m 이상 거리두기 ▷개인 물품 사용하기 ▷타인과 신체 접촉 불가 등을 지켜야 한다. 적지 않은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로 물놀이 하면서 방역 수칙을 따랐지만, 어린이 등 일부는 마스크를 벗고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 A 씨(36)는 “아이들이 너무 불편해해서 사람이 덜 몰릴 때는 잠시 마스크를 벗게 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백사장보다 공간이 좁아 텐트와 돗자리가 다닥다닥 붙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하지만, 텐트 내부에 일행과 모여 있을 때는 노 마스크가 많았다.

지역이 넓어 정확한 방문객 관리에도 애를 먹는다. 이날도 공동주차장 쪽 행락질서안내소가 설치된 입구에는 북구 안심콜 ‘감동진 콜’ 안내 팻말과 출입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직원이 상주했지만, 500ｍ 상류인 애기소와 2㎞가량 떨어진 화명수목원 이용객을 대상으로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관련 안내 표지판이나 상주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천천 계곡은 공동주차장부터 화명수목원 내 출입 가능한 지역까지 약 2.1㎞에 이른다. 해수욕장은 각 지자체와 부산시가 함께 방역 대책을 마련하지만 계곡은 예외라 관리가 어렵다.

북구에 따르면 대천천 계곡에는 지난해 7월과 8월에만 2만5000명, 매일 400명이 방문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해수욕장이 조기에 폐장하고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수욕장 대체지’로 주목받았다. 구는 올해 같은 기간에도 약 3만 명, 매일 500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는 안전관리요원과 희망근로사업 참여자·자연환경보전 명예지도원 등을 투입해 방역 수칙 계도 활동을 하고, ‘감염병 예방 확산에 앞장서 달라’는 계도 방송도 수시로 하고 있다. 북구 환경위생과 김현주 환경관리팀장은 “지난해부터 이용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방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야외지만 일반적인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차원에서 현장을 계속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