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의 동물원인 삼정더파크 측이 부산시를 상대로 청구한 500억 원대 매매대금 지급 청구소송 1심에서 법원이 시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지법 민사6부(김현석 부장판사)는 15일 KB부동산신탁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삼정더파크 매매대금 504억 원 지급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매수청구의 의사표시만으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함께 소를 제기한 삼정기업은 지난해 10월 24일 이미 소를 취하해 재판이 종료됐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지난해 4월 25일 삼정더파크가 폐장한 이후 삼정기업과 KB부동산신탁은 두 달 뒤인 6월 시를 상대로 동물원 매매 대금과 운영비를 합쳐 504억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시에 동물원 매수를 요청을 했는데도 거부당했다는 이유였다. 2012년 9월 시와 맺은 ‘더파크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에는 운영사가 매각 의사를 보이면 최대 500억 원에 시가 동물원을 매입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하지만 시는 매입 대상 부지에 사권(私權)이 설정된 부지(1만996㎡)가 있어 매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사권이 설정된 재산은 법원의 별도 판결이 없는 한 사권이 소멸되기 전에는 공유재산으로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시는 이런 상황에서 동물원을 매입하면 정상적인 소유·관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정기업 등은 해당 부지는 동물원 밖에 위치해 시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판 과정에서 시는 동물원 부지에 국유지가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며 새 논리를 폈다. 국유지도 시가 관리권을 행사 못한다는 점에서는 사권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에 삼정기업 등은 ‘개인 재산 아닌 땅이 사권이란 건 억지’라며 반론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정더파크는 1982년 ‘성지곡동물원’으로 개장한 이후 2005년 10월 경영난으로 폐장했다. 이후 2007년 ‘더파크’로 재개장을 준비했지만, 자금난 탓에 시공사가 3차례나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렵사리 2014년 4월 개장한 삼정더파크는 6년 만에 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다. 시는 입장문을 내고 “항소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원 관계자와 협의해 동물원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