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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8>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태권도를 사랑한 경제학도 … 국제 스포츠 종목 채택 이끌어

  • 김일출
  •  |   입력 : 2021-07-04 19:20:5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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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키 덕분에 입문했던 태권도
- 무도를 경기로 전환하는데 관심
- 대학원서 전공 바꿔 체육학 공부
- 경기를 위한 이론·기술 연구정리

- 저변 확대 위해 美·中 제자 양성
- 영화 ‘장군의아들’ 무술감독도
- 세계서 인정받은 전략가 실력 덕
- 태권도 3대 기구 요직 두루 거쳐

- “선수로는 동메달이 끝이었지만
- 행정가로 종주국 자존심 지킬 것
- 부산, 세계선수권 논의 고무적”

태권도(跆拳道)는 올림픽 경기 ‘효자 종목’으로 불린다. 태권도는 이제 전 세계가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이 됐다. 태권도의 원형은 무도(武道)다. 무도 태권도를 스포츠인 경기(競技) 태권도로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이다. 양 회장은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무도 태권도를 접했다. 초·중학교 시절 같은 또래 가운데 키가 제일 작았다. 공부보다 태권도를 더 좋아했던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이 태권도의 국제화 전략을 소개한 뒤 태권도 겨루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양 회장은 대한민국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1988년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을 거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로 성장하는 데 이론적·기술적 토대를 구축했다. 그는 영남대 경제학과에 진학한 이후 대다수의 태권도인이 경기 태권도에 무관심한 데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경제학도가 태권도 전략가로 바뀐 계기였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체육학을 전공하면서 태권도의 경기화에 필요한 이론과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국제적으로 전파하는 데 매진했다. 무도 태권도가 경기 태권도로 빠르게 전환하고, 하계 올림픽 28개 종목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배경에는 그의 불굴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

한 민족 한 뿌리인 태권도는 현재 남북으로 쪼개져 있다. 한국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WT), 북쪽은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이끈다. 북한은 2015년 태권도를 전략경기 종목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8년 태권도를 국기로 법제화했다. 태권도의 국제화도 북쪽의 ITF(1966년)가 WT(1973년)보다 7년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는 WT가 선점(2000년)했다. 양 회장은 한국 태권도의 기술과 룰 등을 스포츠화하고 세계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치러진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 그를 제외한 3명의 후보가 얻은 표의 배를 넘는 절대 과반수로 단번에 승리했다. 선수로서는 대통령기 대회(1981년, 대구)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정도이지만 태권도의 철학, 역사, 기술 연구에서 그의 업적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양 회장은 오랜 기간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WT 등 3대 태권도 기구의 요직을 거쳤다. 평생 태권도 학자와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그를 지난 5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대한태권도협회에서 만났다.

-평생 태권도의 길을 걷고 있다.

▶태권도와의 인연은 ‘작은 키’에서 시작됐다.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전교에서 가장 키가 작은 학생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무도 태권도를 배웠다. 그러다가 영남대 경제학과에 진학해 대학 내 태권도팀(문무반), 인근 경북체육고 태권도팀과 함께하면서 이제껏 고향 동네에서 보지 못한 경기 태권도를 만났다. 당시 획기적인 새 태권도는 대다수 태권도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경기 태권도에 빠졌다. 그리고 경기 태권도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 이종우, 강원식 두 태권도 원로와 윤종욱, 김세혁, 오일남 등 쟁쟁한 태권도 고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대 박사 논문을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1993년 미국 태권도협회(USTU)로부터 ‘올해의 코치상(Coach of the year)’을 받았다. 필리핀 마닐라 세계대회(1995년)에서 은메달을 딴 미셀 탐슨이 제자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남겨 둔 채 미국에 유학 갔다. 당시 서울 돈암동의 전세 보증금 700만 원을 들고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부산의 처가에 맡겼다. WT의 국제심판 교육 강사로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국가를 여행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어설픈 영어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세계적인 확장 추세에 있는 태권도를 이끌려면 국제적인 공부가 더 필요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난 미국 생활을 태권도로 버티고 이겨냈다. 워싱턴 이현곤 관장이 도장을 열어주었다. 학교와 도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쳤다. 한 주를 벌어 한 주를 살았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용인대 태권도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했다.

-중국에서 인생의 대전환을 이뤘다.

▶1994년 8월 북경체육대 무술학과 객좌교수로 갔다. 국가 초청 외국 전문가 신분이었다. 중국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막중한 임무였다. 중국국가체육위원회 우샤주(伍紹祖) 주임(한국의 체육부 장관에 해당)과 당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체결한 한중 체육교류협정에 따른 것이다. 중국체육위 주최로 1995년 4월 중국 최초의 태권도 심판 전국 연수교육과 5월 중국 최초 태권도 전국선수권대회를 북경체육대학에서 진행했다. 이 시기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 최초 태권도 심판 강좌를 위해 전역에서 모인 심판을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교육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태연히 그날 수업을 마무리했다. 숙소에 돌아와 대성통곡했다. 모두가 알게 됐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태권도 정신으로 회자됐지만, 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마저 숨길 수 없었다. 1995년 10월 중국이 처음으로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이때 중국 대표선수단 코치를 맡았다. 중국인 선수 출신 최초 국제대회 입상자인 먼풍웨이, 올림픽 2연패를 한 첸종, 최초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왕쑤어, 최초 아시안게임 우승자 허루어밍 등이 모두 그 당시에 만나 함께해 온 제자다. 이 공로로 1995년 중국 정부의 ‘우의훈장’을 받았다.

-도올 김용옥과 인연이 있더라.

▶서울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만난 ‘도올 김용옥 읽기’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뜨거웠다. 당시의 인기 서적인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김용옥, 1990, 통나무)를 통해 그를 내 스승으로 맞이했다. 그 후 우연히 미국에서 온 태극권 교수의 강습회에 갔다가 통역을 하던 도올을 만났다. 뒤풀이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올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용인대 교수를 한때 지냈다. 도올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개벽’과 ‘장군의 아들’, ‘취화선’의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장군의 아들’(1990.6.9 개봉)의 무술 감독을 내가 맡았다. 도올은 태권도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가 쓴 책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1990.9)는 나의 석사 학위 논문(해방 이후 한국 태권도의 발전 과정-경기 태권도를 중심으로, 서울대, 1986)에서 시작됐다.

-WT 총재직 도전설도 있다.

▶이제 막 대한태권도협회를 맡았다. 신임 회장으로서 각종 현안 해결에 주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WT는 조정원 총재가 잘 이끌어 가고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다.

-곧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은 오는 8일이다. 선수단장은 장인화 부산시 체육회장이다. 종목별 단장은 따로 없다. 태권도는 남자 장준(한국체대 -58㎏), 이대훈(대전시청, -68㎏), 인교돈(가스공사, +80㎏), 여자는 심재영(춘천시청, -49㎏), 이아름(고양시청, -57㎏), 이다빈(서울시청, +67㎏) 선수가 출전한다. 메달 수는 상당히 기대되는데 문제는 (메달) 색깔이다. 중국과 영국, 러시아 등 태권도 강국이 있고 이미 태권도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노장 선수가 많은 것도 변수이다.

-협회 위상이 대단하다.

▶채명신 초대 회장, 김운용 전 IOC 수석부위원장, 김용채 건설부 장관, 최세창 국방부 장관, 이필곤 삼성물산 사장, 김정길 행자부 장관 등이 거쳐 간 자리다. ‘태권도의 창시자’라 불리는 최홍희 장군 역시 3대 협회장을 지냈다. 오늘날 태권도 세계 양대 기구는 WT와 국기원이다. 이 두 기관 모두 대한태권도협회가 모태다. 대한민국은 태권도 종주국이고 대한태권도협회는 종주국 협회다.

-요즘 고향의 변화는 어떻게 보나.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가덕도에 관문공항이 들어서면 태권도와 스포츠 산업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부울경이 메가시티로 발전하는 데 스포츠에 관한 부분도 꼭 포함되어야 한다. 부산의 영화산업을 더 높이 견인하는 데 스포츠와 관련 이벤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글로벌화 시대에 국제적인 도시는 스포츠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스포츠는 문화이며 산업이다. 도시의 얼굴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울경의 미래에 태권도와 스포츠가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침 부산시 체육회와 부산시 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열고 최정상급 선수를 초대하는 그랑프리 대회 유치를 논의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양진방 회장은

▷경남 창녕 출생(1957) ▷학력: 광산초등(창녕), 창녕중, 창녕농업고, 영남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석사, 서울대 체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체육학과 박사 ▷경력 : 국기원 지도자연수원 교학과장(1986~1990) 영화 ‘장군의 아들’ 무술감독(1990) 북경체육대 무술학과 객좌교수(1994~1995) 중국 국가대표선수단 코치(1995 마닐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용인대 교수 (1997~현재) 대한태권도협회 기획이사(2004~2006) 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2003, 2007~2012) 태권도진흥재단 이사(2003~2007) 세계태권도연맹 기술위원장(2014~2015, 2018~2020) 세계태권도연맹 사무국장(2016~2017)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2021~현재) 대한체육회 감사(2021~) ▷저서 : The Science of Taekwondo(2020 한국) 現代 跆拳道(2021 중국) 외 논문 20여 편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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