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자 요구안으로 시에 조사 의뢰나서
- 시의원 조사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
- 슬그머니 말 바꿔 지역사회 비난 쇄도

경남 양산시의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계기로 경남 시·군 의회 중 처음으로 전체 의원의 부동산 거래내역에 대한 조사를 하기로 했다가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시의회 차원의 조사를 철회하기로 해 논란이 인다. 시의회 자체 조사가 무산되자 여야가 각자 안으로 양산시에 조사를 맡기기로 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양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28일 의장실에서 부동산 조사 문제를 논의, 의원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7년간의 거래 내역을 조사하기로 해 조사 기간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조사 대상을 놓고 양측이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측은 투명한 조사를 위해 의원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뿐만 아니라 이들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법인도 조사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에 동조하면서도 법인을 포함하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법인을 포함하면 다른 주주가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데다 이사회 등의 수용 가능성이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합의에 의한 조사가 불발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측은 각자 요구안대로 양산시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민주당 측은 조사 대상 사업에 공공사업 외에 민간업체의 도시개발사업도 포함하는 등 범위를 더 넓힐 방침이다.

문제는 양산시가 시의원 조사에 부정적이어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법상 시의원은 감사나 조사 대상이 아니다. 시의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시민 눈을 의식해 시에 떠넘기려는 것 같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 본인과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변동사항은 매년 공직자 재산등록 과정에서 공개돼 이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관련 법인이 포함돼야 공정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는 부동산 거래 내역이 없다. 거래 사항을 상세하게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조사 대상 선정 문제를 시의원 전체 회의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산시의회의 부동산 거래내역 조사가 무산된 데 대해 지역 사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김영수(65·양산시 중부동) 씨는 “시의회가 자발적으로 의원 부동산 조사를 하기로 큰소리쳐놓고 지금 와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다니 실망감이 크다”고 꼬집었다. 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