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 한 끼 밥값이 10년간 고작 500원가량 올랐습니다. 급식에도 차별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사단법인 ‘만사소년’에서 위기 청소년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들의 건전한 성장을 응원하고 있는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 모습. 만사소년 제공

국방부가 장병 기본 급식비를 하루 8790원에서 1만500원으로 인상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일.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10년 전 소년원생의 한 끼 밥값이 1500원대였는데 올해는 2080원이다. 10년간 고작 500원 올랐다. 2080원으로는 청소년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년원은 보호처분을 받은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수용하는 교정시설이다.

천 판사는 “장병은 내년부터 한 끼 3500원대의 식사를 하게 됐다. 소년범과 비슷한 또래인 고교생 급식비는 3625원이다. 반면 한창 먹을 나이인 소년범에게는 장병의 60% 수준의 급식비가 배정된다. 정당하지 못한 대우다. 비행을 저질렀다고 혐오만 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 달라. 급식마저 계급 또는 서열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천 판사는 급식비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몇 년 전 법무부의 과장님께 ‘소년원 급식비 좀 올려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병사보다 많이 먹일 수는 없다’고 답변하시더군요. 우리 사회가 병사들을 얼마나 푸대접하고 있는지도 그때 알게 됐습니다. 법무부 논리대로라면 소년원생 급식비 인상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천 판사는 “소년원에는 PX이나 매점도 없다. 소년원 급식비만으로도 기성세대가 정하고 있는 청소년·청년들의 사회적 서열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소년원은 하루 세 끼 말고는 따로 간식도 없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장병 급식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내년 기본 급식비를 1만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이 핵심. 장병의 한 끼 급식비(2930원)가 커피 한 잔 값은 물론 고교생 한 끼 급식비의 80%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군대 식당은 대부분 직영인 데다 많의 양의 식재료를 구입하기 때문에 고등학생 급식비 수준의 단가만 돼도 급식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