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 평가 공정성 우려 이유
- 취업 도울 목적에 상향도 한몫
- 등록금 인하 문제 만회 분석도

대학생 10명 중 9명이 지난해 대학에서 B 학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대면 수업 대응 여력이 없는 대학에 코로나19가 엄습하면서 ‘학점 인플레’가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전국 195개 4년제 대학 성적 자료를 분석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결과’를 보면 2020년도 과목별 B 학점 이상을 취득한 대학생 비율은 87.5%로 2019년 71.7%보다 무려 15.8%포인트 상승했다. A 학점을 받은 이는 54.7%에 달하고 ▷B 학점 32.8% ▷C 학점 7.8% ▷D 학점 1.7% ▷F 학점 3.0% 순이다.

실제 국제신문이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부산대 등 주요대학 졸업생 성적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성적이 2019년보다 높았다.

지난해 부산대 4688명의 졸업생 평균학점은 4.5점 만점에 3.48점으로 2019년(3.43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동아대는 3.31점에서 3.37점, 부경대도 3.5점에서 3.53점 등 졸업성적이 소폭 상승했다. 졸업학점은 4년 성적 평균인 까닭에 지난 1년간 성적 상승 추이는 소폭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학생 성적의 후한 평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수업·시험이 일상화되면서 과거 기준을 적용해 평가하면 공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부산외국어대 이영일(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상위 60% 이내 들어야 A 학점 이상을 줬다면 지난해 80%를 기준으로 삼았다. 비율에 따라 성적을 매기는 상대평가의 완화된 개념인 ‘상대적 절대평가’가 적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의대의 한 교수는 “예견되지 않은 코로나를 직면한 학생을 아끼는 마음이 크다. 예전이면 D 학점을 C 학점으로 올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시설 활용이 어려워진 탓에 대학이 등록금 인하 대신 학점을 올려 만회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각에선 대학마다 학생이 취업에 유리하도록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학점을 올려 ‘학점 인플레’가 빚어졌다고 지적한다.

부경대 채영희 부총장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교수들은 스마트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학생들은 고교 EBS 강좌 대비 질 낮은 온라인 강의에 만족 못 한다. 이런 간극을 성적을 높이는 것으로 해결 못 하는 만큼 전국 대학이 공동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