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병원서 당일 곧바로 접종
- 타이레놀 복용 뒤 미열 사라져
- 독감 예방주사 때와 증상 비슷
- 격리 공포 탈출 기대에 속시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더니 백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아직 실험 단계인 백신의 안전성이 드러날 때까지는 안 맞아야지’ 했는데, 2주간 갇히는 곤욕(?)을 치르다 보니 하루빨리 감염병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생각밖에 없게 됐다. 해답은 백신이지만, 접종대상자가 아니어서 운 좋으면 올 연말, 길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하염없는 처지였다.

코로나19 백신 대상자가 아니어도 접종이 가능함을 알리는 의료기관 안내문.

이런 기자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19 백신 중 하나인 아스트라제네카(AZ)에 관한 부작용 공포가 확산되면서 예약하고도 접종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 Show)’가 늘자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고자 대상자가 아니어도 대기명단에 이름이 있으면(만 30세 이상) 맞을 수 있도록 제한을 푼 것이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위탁의료기관을 검색하니 거주지 기준으로 4곳의 동네 병·의원이 떴다. 쉬는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그중 한 곳인 평소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에 대기명단에 올려놓으려 전화했는데, 직원이 “오늘 오후 4시 전까지 오면 바로 맞을 수 있다”고 하는 거다. 당연히 “언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기명단에는 올려주겠다”는 답변을 들을 줄 알았던 터라 놀랐다.

당황도 잠시. 바로 의원으로 달려가 오전 11시50분께 간단한 문진을 마치고 접종했다. 접종 직후 주사 맞은 부위가 조금 욱신거리긴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보통 주사를 맞고 8시간 뒤부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10시간가량 지난 그날 밤 10시께 몸살 기운이 약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이레놀 고용량(650㎎) 2알과 코로나19 예방 및 컨디션 회복에 좋다는 비타민(특히 비타민C·D)을 먹었더니 금세 괜찮아졌다. 통증이 심한 사람은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인 1일 오전 11시께 약발이 떨어졌는지 두통을 동반한 약한 몸살이 느껴졌다. 체온을 재니 37.6~37.7도 미열이 났다. 발열이 있어야 항체가 형성된다는 증거라고 해서 열이 좀 더 올랐으면 바라기도(?) 했지만, 타이레놀 2알과 고용량 비타민을 재차 먹고 한 시간가량 낮잠을 잤더니 몸이 한결 개운해졌고 몸살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 글을 쓰는 접종 사흘째인 2일엔 주사를 맞은 팔 부위만 다소 뻐근한 정도다.

물론 내 체험만으로 반응을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AZ 접종 후 든 느낌은 “딱 독감주사 정도”였고 “백신 공포가 과장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발열 몸살 오한 등은 당연한 면역 반응이지 부작용이 아니다. 아픈 걸로 치자면 15년 전 맞았던 말라리아 예방주사가 훨씬 고통이 더 심했다. 접종을 마치자 마자 11주 뒤인 2차 접종 일정(7월 16일)이 카카오톡으로 전송됐고,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앱(COOV)을 내려받아 본인인증을 하니 1차 접종 증명서가 자동으로 떴다. ‘백신 여권’인 셈이다. 오는 7월 2차 접종을 마치면 해외 입국 또는 확진자와 밀접접촉 시에도 진단검사에서 음성을 받으면 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엇보다 ‘자가격리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먼저 맞은 매’가 속시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