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철 앞두고 추가 피해 우려

코로나19로 재난기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피해 복구 및 재해 우려 지역 보강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다가올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27일 부산 북구 구포동의 한 아파트 뒤편 절개지가 지난해 집중호우로 무너져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배지열 기자

부산 북구는 구포동 A아파트 뒤 절벽 복구공사를 다음 달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전체 5개동에 걸친 길이 110ｍ, 높이 40ｍ의 절벽에 추가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단식 축대 및 낙석방지책을 설치하는 공사다.

이곳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절벽이 무너지면서 큰 돌멩이와 토사가 재활용품 선별장과 주차장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 달이 지나도록 복구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한다. 구는 절개지에 철제 그물과 비닐 천막을 두르는 임시조처를 했지만, 이마저도 태풍으로 부서지고 찢긴 채 방치됐다.

주민 B 씨는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마다 ‘절벽이 또 무너지면 어쩌냐’며 스트레스 받는 주민이 많다. 곧 장마철인데 그전에 공사가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구는 예산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려 공사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구는 지난해 시 재난기금으로 7억2000만 원을, 올해 호우피해지 재해 예방사업에 따른 특별조정교부금으로 10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구 관계자는 “복구 비용 중 일부만 확보해 지난해에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최대한 공기를 당겨 올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기금을 배분하는 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아 구·군으로부터 기금 지원 요청이 많았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종 지원금도 기금으로 마련되면서 남은 예산이 얼마 없기 때문이다.

시가 적립한 약 1000억 원의 재난기금 중 지난해 소상공인 민생지원금 사업 등에 614억 원이 투입돼 총 840억 원 이상이 소진된 상태다. 올해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긴급하게 투입할 예산이 부족하다.

시 관계자는 “재난기금 집행을 요청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모든 곳에 다 투입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기금을 많이 소진한 만큼 향후 몇 년간은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