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4월 19일 월요일에는 국제신문을 포함해 상당수 신문이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이스라엘 시민을 사진으로 실었습니다. 이 사진을 본 독자는 누구나 이스라엘을 부러워했을 겁니다. “우리는 언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4월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국제신문 4월 21일 자 국제면

●마스크 벗는 부국 vs 감염 느는 빈국

　이스라엘 보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대규모로 확보해 지난해 12월 19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4개월 만에 전체 인구의 57%가 넘는 533만 명이 1차 접종, 53%인 496만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쳐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상황을 보면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하늘과 땅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은 현재 성인 절반이 최소 한 차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데 이어 백신 예방효과를 높이려고 3차 접종인 ‘부스터 샷’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도는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20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의료체계 붕괴 직전에 놓였습니다. 수도 뉴델리에서는 최근 검사자 5명 중 1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을 정도로 높은 양성률을 보입니다. 인도 정부는 수도 뉴델리에 긴급히 봉쇄조치를 내리는 한편 현행 45세 이상 단계별로 실시하던 백신 접종을 다음 달부터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부자 나라가 백신을 독점하다시피 차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하는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가 공급받을 백신 물량이 줄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지 빈국들의 백신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위험사회

●위험사회에 공동 대처 위한 위험공동체

코로나19에 따른 위험은 잘 사는 우리나라나 잘 사는 미국이나 못 사는 아프리카 국가나 같습니다. 그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 즉 방역시스템과 백신 접종은 천양지차가 납니다. 이런 측면에서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1944~2015년)이 쓴 『위험사회(Risikogesellshaft)-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새물결)는 코로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하는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저자는 근대 문명이 낳은 위험의 지구화를 빗대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77쪽)”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부메랑 효과로 설명합니다. “위험은 사회적 부메랑 효과를 보이면서 확산된다. 즉 부자나 권력가들도 그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그래서 위험사회가 등장합니다.

　코로나19 위험도 스모그처럼 평등해 보입니다. 한 꺼풀 더 들어가 보면 불평등의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위험 분배의 유형과 매개는 부의 분배와는 체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 그런 만큼 위험은 계급사회를 폐지하지 않고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빈곤은 불행하게도 위험을 만연시킨다. 그와 반대로 (수입, 권력 또는 교육의 면에서) 부자는 위험으로부터 안전과 자유를 사들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부국과 빈국 간 백신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나라가 백신을 구하지 못해 코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인접한 부자 나라가 코로나 백신을 선점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지 인접한 가난한 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부자 나라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초연결된 사회에서 국경을 봉쇄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저자는 위험사회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위험(위난)공동체’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WHO가 추진하는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도 위험공동체의 예에 해당합니다. 저자는 “위험사회는 새로운 이해관계의 적대감과 위태로운 처지에 몰린 사람들의 새로운 공동체를 생산한다. 이 공동체의 정치적 수행능력은 아직 미지수”(94쪽)라고 합니다. 핵에너지나 유독 폐기물이나 명백한 자연파괴의 위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계급, 정당, 직업집단과 연령집단의 성원들이 시민운동을 조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포스트(post)의 진정한 의미는?

울리히 벡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주제를 ‘포스트(post)’라고 합니다. 포스트는 후기(late), 초(trans)로 해석됩니다. ‘성찰적 근대화’를 주창해온 저자는 “이 접두사(post)는 자신이 이름 붙일 수 없는 ‘넘어섬’을 의미하며, 자신이 이름 붙이는 동시에 부정하는 본질적인 요소 속에서 친숙한 것과 결합된 채로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지나간 것(past) 더하기 벗어난 것(post)’이라고. 포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저자의 속내는 이 책의 부제 ‘새로운 근대(성)를 향하여’에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자가 ‘비포 코로나 시대(BC)’와 ‘애프터 코로나 시대(AC)’로 구분할 정도로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뿐 아니라 문명사적으로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직면한 위험사회를 혼자(개별 국가)가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길을 찾는 과정에서 포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오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