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역대 국왕 초상화 등 그려 유명
- 가야 상징 인물형 토기 순식간에 쓱쓱
- 트릭아트 접목한 작품도 시도 계획

국내외에서 ‘트릭아트 화가’로 명성을 날리는 권종대(65) 작가가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 ‘늦깎이 재능기부’를 펼쳐 화제다.

31일 권종대 작가가 봉리단길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박동필 기자

권 작가는 요즘 오전 일찍 봉리단길(봉황대길)로 출근한다. 쇠락한 원도심이던 봉리단길은 수년 전부터 예술인들이 모이고 특색 있는 카페나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명소로 변했다. 붓을 든 그의 손길이 지나가자 고대 가야를 상징하는 인물형 토기를 비롯한 토기류가 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옆 담장에는 한때 마을에서 유일했던 정미소가 그려진다.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레트로(복고풍) 감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이 고향인 권 작가는 “47년간 서울에서 화가로 살았는데 10년 전 귀향하면서 인연을 이어왔다”며 “봉리단길 분위기가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늦게나마 보탬이 돼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물감 등 재료는 회현동 주민센터가 지원한다. 권 작가는 사실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유명하다. 인물화에 특기가 있는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역대 국왕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권 작가가 예술의 길에 뛰어든 것은 김해에서 농고를 졸업한 1975년. 미술학도를 꿈꾸다 가난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한 그는 특별한 인연으로 미군부대에서 장병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명성이 높아지면서 1983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역대 국왕의 초상화를 그렸다. 1990년대에 귀국한 그는 전국 박물관을 다니며 역사 인물화를 비롯한 기록화를 그렸다. 2019년 4월 전남 신안군 천사대교가 개통한 이후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암태도 가동삼거리의 동백나무 파마 노부부 벽화도 권 작가가 주도적으로 이끈 팀이 남긴 작품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봉리단길에 대중성을 지닌 트릭아트 벽화를 시도한다. 자신이 작품을 남겼던 태국의 ‘파타야 인 파라다이스’관은 트릭아트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봉리단길에 이 기법의 벽화가 그려지면 더 많은 젊은이를 끌어들일 전망이다. 정영신 회현동장은 “우리 고향 출신인 권 작가가 재능기부에 나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며 “좋은 작품들이 봉리단길을 장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