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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정병원 명예원장

인공고관절 수술 세계 권위자, 1만5000명 걸음 되찾아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3-07 20:20:50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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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은 부산 울산 경남을 빛낸 출향인 100인 인터뷰를 매주 한 차례 게재합니다. 2021년 부울경이 메가시티 플랫폼을 구축해 ‘자치분권 2.0시대’를 여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입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동남권 메가시티가 성공하려면 공동체 복원과 미래 비전 공유가 필수적입니다. 국제신문은 각 분야 최고봉에 오른 부울경 출향인과 릴레이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부울경의 정서적 결합을 모색하고 재도약에 필요한 혜안을 제시합니다. 인터뷰와 집필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부산과 서울에서 공부한 뒤 전 세계를 무대로 세계태권도연맹(WT) 사무국을 총괄해온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가 맡습니다.


- 손 다친 부친 보며 의사 꿈 키워
- 세계 첫 절단대퇴부 재접합 성공
- 수술용 인체조직 관리체계 구축
- 첫 한중 의료 교류 계기도 마련

- 양방·한방 두 의학 장점 수렴한
- 한국만의 의술 못만들어 아쉬움

- 인재 양성 없인 미래 기약 못해
- 메가시티 비전 수집할 TF 필요

세계 최초와 세계 최고라는 기록을 가진 의사가 있다. 부산에서 태어난 유명철(78)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 겸 순천의료재단 정병원 명예원장이다. 1976년 세계 최초로 절단대퇴부 재접합수술에 성공한 유 교수는 인공고관절 수술 1만5000회 성공이라는 세계적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여든을 앞두고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어 기록은 새로 쓰인다. 세계 최고 정형외과 의사로 평가받는 그를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반도메디컬 대표이사실에서 만났다. 유 교수는 부울경 100인 인터뷰에 응하면서 “성공하기까지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자문과 상담을 위한 멘토스쿨과 메가시티의 미래를 전망하고 전략을 제시하는 지역사회 플랫폼 그룹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2월 중 한 차례 더 서면 인터뷰했다.
   
유명철 경희대 의대 석좌교수가 서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78세의 나이에도 수술을 집도할 만큼 의학에 대한 열정이 크다. 김정록 기자
-고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어땠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초량동 철도 관사에서 살았다. 일본인들이 지은 연립주택 형태의 단층으로 7, 8세대가 한 단위로 된 목조 건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이 났다. 초등학교를 미군 부대에 내줘 구봉산 기슭에 임시 노천 야외교실을 차려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았다. 당시 나는 칠판 담당으로 작은 칠판을 메고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자동으로 수업이 없어 즐거웠다. 그 이후 한동안 산기슭에 임시 가교사를 지어 수업을 받았다. 흙바닥에 목판 간이 벽을 세우고 깡통을 펴서 지붕을 만들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아서 좋았다. 지금은 없어진 초량역과 구봉산 기슭 물이 흘러 형성된 초량 천가에 즐비했던 노천가게와 초량시장, 초량역 앞 삼일교회, 부두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

-부산에서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들었다.

▶1990년 말 금정구에 살았던 30대 환자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20년을 누워 지냈다. 경희의료원에서 두 차례 성공적인 무료수술 끝에 이듬해 봄 퇴원했다. 여러 고향 환자들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제자들도 한국의 정형외과 분야를 이끌고 있다. 부울경 11개 병원으로 구성된 은성의료재단 구정회 이사장과 홍제병원 구인회 원장, 수지접합으로 유명한 강동병원 강신혁 원장, 세일병원 전철우 원장, 고려병원 김인환 원장 등이 그렇다. 나는 부산 중앙초등과 부산중·고교를 졸업했다. 초·중·고를 같이 졸업한 이들과 ‘중산회’를 만들어 우의를 다지고 있다. 10여 년간 부산고 발전위원회장을 맡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지원을 끌어내 기숙사를 지었고, 100억 원 넘는 동문 후원금을 모았다.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부산과 울산 양산 등지를 오가며 의사와 사업가들을 만나 조언하고 강의와 진료상담도 하고 있다.

-최고 의사에 오른 과정이 궁금하다.

▶절단 환자의 재접합수술을 다양하게 성공시켰다. 미세수술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 초 정형외과 세부 전문화를 한국 최초로 시작했다. 국내 정형외과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 고관절 분야 세계적 대가들이 회원인 국제고관절학회 회원으로 있다. 아세아인공고관절학회 회장을 두 번 역임했다. 이 분야 국제수준급 경지에 이른 의사들도 대개 1만 회 이상을 달성하기 어려운데 나는 이미 1만5000회를 넘어섰다. 레이저를 광선수술에 적용하는 등 획기적인 수술 개선도 가져왔다. 1990년 전국 직업잠수부 256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했다. 70% 정도의 잠수부들이 심각한 뼈 질환을 앓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가 피가 통하지 않아 관절이 썩어들어가는 골괴사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치료했다. 1986년 골은행 운영을 시작해 2006년 국내 최초의 인체조직기증원으로 발전시켜 수술용 인체조직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틀을 만들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SICOT(국제 정형외과 및 외상학회) 세계총회 사무총장으로서 서울대회 개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정형외과 분야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로 1993년 8월 말, 5일간 8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석한 대한민국 최초 최대규모의 국제학술 행사였다. 특히 한국과 중국 양 국가 간 의료 교류가 전무했을 때 처음으로 중국정형외과학회를 대표하는 교수 50여 명을 공식 초청했다. 국내 산업시찰과 병원 현장 방문을 통해 최초로 한중 의료 교류 계기를 마련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유명철 명예원장이 인공 관절을 살피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부친 영향이 컸다. 부친은 내가 유치원에 다니기 전 철도 사고로 왼손 절단수술을 받았다. 이후 의수를 하고 한여름에도 장갑을 낀 채 어색하고 불편한 삶을 사셨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결심을 다졌다.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 절단 환자의 접합과 뼈 구조와 관절 기능이 파괴된 환자를 치료하는 길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신앙의 모범을 보인 어머니와 성경의 가르침이 오늘의 나를 만든 토대가 됐다. 인턴 후 서울대병원에서 마취과 2년, 정형외과 2년을 수료하고 전문의가 됐다. 당시에는 그것이 가능했고 마취과 수련은 외과 전반을 폭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고 한문식 교수를 스승으로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희대학으로 이끌어 준 은사이셨다. “외과의사도 인간성을 잃으면 백정이나 다름없다. 휴머니즘 닥터, 이것이 참된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절실한 이유다”고 한 스승의 말씀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혈우병 환자 진료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혈우병은 한 번 출혈이 시작되면 쉽게 멈추지 않는 유전 질환으로 대부분 남자들에게서만 발병한다. 정형외과의 경우 혈우병 환자는 관절내 출혈로 관절 연골과 관절이 망가져 사지 관절 강직과 변형을 유발한다. 뼈가 휘어지고 굳어져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도 어렵고 혈액응고인자를  사용하는데 일손이 많이 간다. 수술 후 재활치료도 용이하지 않아  치료하려는 병원과 의사가 많지 않았다. 나도 전공의 시절 혈우병 환자를 만나 수술은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치료에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경희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부임한 초기 전국 무료진료 80여 회에 걸쳐 약 80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1년 ‘관절염 및 인공관절재단’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같은 소식을 우연히 들은 혈우병 재단 관계자가 진료를 요청했다. 그곳에서 한국혈우재단을 만나 무료진료를 시작했고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계속하고 있다.


-의사로서 삶에 아쉬움은 없나.

▶애써 수술해 휜 다리를 폈으나 흉터 스트레스를 못 견디고 자살한 여대생 환자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2002년 경희의료원장으로서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고 선언했으나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임기를 중단했던 것도 못내 아쉽다. 한국 최초로 양방과 한방 대학과 병원을 함께 가진 경희의료원의 수장을 두 차례 맡았지만 재임 중 이 두 의학의 장점을 수렴해 한국만의 독보적인 의술을 만드는 데까지 이끌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다.

-부울경이 메가시티로 나아가려 한다.

▶부울경은 해양도시이다. 대한민국의 물류 중심지다. 바다, 섬, 산, 강이 모두 있어 환경 자원이 풍부하다. 미래도시에 필요한 구성 요소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 메가시티는 이런 특성을 살리고 최소 20년 후를 내다보며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싱크탱크가 있어야 한다. 지역 내부인사로만 구성하지 말고 각계에서 최고봉에 오른 출향인사도 포함하면 더 크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아울러 젊은 인재를 선발해 분야별 TF를 만들어 각국의 첨단 기업 및 시설과 지역을 방문하게 하면 이들의 체험과 교육을 통해 메가시티 비전과 아이디어 수집, 연구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이게 실제 지역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사업이 될 것이다.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인재 양성 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유명철 교수는 누구

▷1943년 부산 출생 ▷1973년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1976년 절단 대퇴부 재접합수술 세계 최초 성공 ▷1979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의 생비골 이식술 최초 발표 ▷1980년 대한정형외과학회 학술본상 ▷1990년 대한미세수술학회장 ▷1993년 국제정형외과 및 외상학회(SICOT) 제19차 서울 세계대회 사무총장, 한국인공관절 및 관절염 연구재단 소장 ▷1995년 대한정형외과 스포츠의학회장, 경희대학교 부속병원장 ▷1998년 대한고관절학회장, 대한골절학회장 ▷2000년 한국혈우재단 이사장 ▷2001년 대한의학레이저학회장 ▷2002년 제13차 한일정형외과 국제학술대회장 ▷2004년 강동경희대병원장 ▷2005년 대한정형외과학회장 ▷2009년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2010년 대한인체조직 이사장, 아시아태평양인공관절학회 평생공로상 ▷2011년 경희의료원장 ▷2012년 아시아 인공고관절학회 초대회장 ▷2017년 (재)한국공공조직은행 이사장 ▷2020년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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