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판례 따라 지역기사 소송
- 2000여 명 참여…업체 90% 피소

- 업체들 “부산 상황 적용 어려워
- 만약 패소땐 회사 줄도산할 것”

부산지역 택시업계가 약 290억 원에 달하는 최저임금 청구 소송의 선고기일이 임박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역 택시운전사 2000여 명이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 부산 택시회사 90%가 피소됐기 때문이다. 부산 택시업계는 이번 소송에 택시회사의 존립이 걸려 있다면서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호소했다.

25일 부산시와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역 법인택시업체 96곳의 90%에 해당하는 87곳이 임금청구 소송을 당했다. 220건의 소송에, 소송액은 289억 원 상당이다. 택시운전사 1인당 평균 2000만 원이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경기도 한 택시회사 소속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최저임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자 부산에서도 소송이 제기됐다. 법인택시기사의 임금은 기본급과 초과운송수입(사납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이뤄지는데 관련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정에서 초과운송수입이 제외됐다. 이에 전국의 택시노사는 기본급 책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 경기도의 이 택시회사는 개정된 최저임금법 시행 후 기본급만으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소속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6시간20분, 4시간으로 3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단축했다. 대법원은 실제 근무형태 등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행위여서 무효로 봤다.

부산지역 택시운전사들은 최저임금법 개정 이전의 임금협정서에 나오는 월 200시간 기준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해 달라고 소를 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여는’의 김두현 변호사는 “최저임금에 따른 임금요구는 강행규정이므로 노사합의와는 상관없다”며 “택시운전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월급제 도입에 사측이 그동안 손 놓고 있었고 이번 소송은 그동안 사측의 잘못된 불법행위를 바로잡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택시운송조합 장성호 이사장은 “부산지역 택시 노사는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았다. 부산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최저임금법이 개정되기 훨씬 전인 2000년 이전부터 이뤄져 왔기 때문에 2009년 개정 시행된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노사는 상생을 위해 사납금 인상 비율을 요금 인상 비율보다 낮게 책정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은 단축하는 것을 교섭의 주 내용으로 한다’는 2013년 법인택시 노사 임금협정을 근거로 들면서 부산은 타 지역과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장은 “지역별, 사안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부산지법이 대법원 판단을 적용한다면 업체마다 평균 20억 원의 추가임금을 지급해야 해 부산택시회사들은 줄도산할 것”이라며 “부산지역 택시운전사의 소정근로시간 조정은 택시운전자의 선택과 부산시 정책을 반영한 결과로 최저임금제를 잠탈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법원의 공정한 검토를 거듭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