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인구 1000명 당 의사 2.4명
- 부산 2.3명… 서울의 70% 수준
- 8대 특·광역시 중 5위 하위권

- 부산대 등 4곳 선발전형 주목
- 부경대 방사선의대 신설 희망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부족한 의사 수를 확충하고자 23일 2022학년도부터 연간 400명씩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총 4000명 늘리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의료계와 대학가가 술렁인다. 십수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이 매년 10% 이상씩 늘면서 의사 수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주요 도시 중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하위 수준인 부산은 의대 정원 증원을 계기로 지역병원 의사 수급 문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증원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 의사 수 광역시 중 하위권

현재 한 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40명 규모의 의대를 9개 신설하면서 3253명으로 늘어났지만 2000년 의약분업 협의 과정에서 정원이 10% 감축됐고, 이후 계속 동결 상태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는 한의사를 합쳐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들 인력이 수도권에 쏠려 지역 공공의료 인력공백 문제가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은 3.1명이지만 세종 0.9명, 경북 1.4명, 충남 1.5명 등 서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부산은 2.3명으로 서울의 70% 수준이고, 8대 특·광역시 중 5위로 하위권을 맴돈다. 대전과 광주(2.5명), 대구(2.4명)에 뒤지며, 부산보다 적은 도시는 인천(1.7명), 울산(1.5명)뿐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장은 “수련은 서울에서 하려는 현상이 강하다 보니 졸업만 하면 우르르 빠져나간다. 수도권 대학병원보다 인건비를 더 줘도 의사를 구하기 힘든 현상이 매년 반복된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반발로 십수 년간 수면 아래에 있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대규모 감염병에 지역 의료인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자 의대 졸업 뒤 해당 지역에서만 일정 기간 근무하는 지역의사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4000명 중 3000명(연간 400명 중 300명)이 특별전형으로 선발돼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된다.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은 전액 장학금을 받지만 의무를 따르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하고 면허도 취소한다. 나머지도 역학조사나 중증외상, 기초과학 등 현재 의사들이 기피하는 공공의료 분야여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지역의대 정원 확대 기대

지역 의대는 정원 확대를 기대한다. 지역의사 확대가 이번 증원의 주 목적인 만큼 수도권 대학보다는 지역대학 확대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 울산 경남지역 의대 정원은 부산대가 125명, 인제대 93명, 고신대 76명, 동아대 49명, 울산대 40명, 경상대 76명이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더 많은 정원을 가져오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의대 외에 신규로 의대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방사선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부경대 측은 “부울경 의대 정원은 459명으로, 인구가 훨씬 적은 호남권(485명)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정원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특히 방사선의대처럼 지역산업과 연계한 전문의와 의사과학자를 키울 특화된 공공의대가 지역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한 의대 관계자는 “지역의사를 육성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지방에 정주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무기간만 채운 뒤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유인책 등 추후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