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을 그만하라고 혼내는 모친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지적장애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곤 부장판사)는 18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21) 씨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인 징역 7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 씨와 피해자,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A 씨가 이미 치료감호를 받고 있으며 원심 형량이 적정해 더는 감형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가 컴퓨터 게임을 그만하라며 노트북을 빼앗고 효자손으로 때리려하자 이에 격분해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아버지 C 씨가 귀가하자 “아버지 사고쳤어요”라고 말한 뒤 집을 뛰쳐나갔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인근에서 배회하던 A 씨를 발견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 씨는 지적장애(정신지체장애 2급)와 조현병 등을 앓고 있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은 7명이 유죄(심신미약 따른 형량 감경), 2명이 심신상실로 무죄 의견을 냈다. 양형은 배심원 4명이 징역 5년, 2명이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 1명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 결과를 고려해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이다”며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친형이 선처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